CJ그룹의 사업 재편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큰 타격을 받는 외식사업 부문인 CJ푸드빌이 ‘대수술’에 들어간 형국이다.
CJ푸드빌은 최근 뚜레쥬르를 매물로 내놓았다. 안진회계법인이 매각 주관사로 선정되는 등 본격적인 매각 작업을 벌이고 있다. ‘뚜레쥬르 매각은 없다’는 입장을 3개월 만에 번복한 것이다.
CJ푸드빌의 행보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코로나19 이후의 사업 포트폴리오 구상과 무관하지 않다. 이 회장은 최근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며 그룹의 사업 재편 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다. CJ푸드빌은 2015년부터 계속해서 적자를 내고 있다. 이로 인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고, 그룹은 주력 사업이 아닌 외식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모양새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CJ는 ‘그레이트 CJ’와 ‘월드 베스트 CJ’를 겨냥했다. 이 회장은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 실현,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겠다”는 그레이트 CJ와 월드 베스트 CJ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그룹의 덩치를 키웠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냉동식품 기업인 슈완스컴퍼니를 18억4000만 달러(약 2조881억원)에 인수했고, CJ대한통운은 미국 물류 기업인 DSC로지스틱스를 23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CJ의 공격적인 인수합병 작업이 중단됐다. 인수합병과 해외 진출 추진을 위해 파견됐던 지주사의 인력들도 대거 계열사에 재배치됐다. CJ는 “질적 성장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바꾸고, 핵심 제품과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체질 개선을 예고했다.
CJ푸드빌의 외식 사업이 체질 개선의 최우선 대상이 되고 있다. CJ푸드빌은 지난해 투썸플레이스 경영권 매각 이후 현재 자사 매출의 50% 차지하고 있는 뚜레쥬르까지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뚜레쥬르는 국내 베이커리 시장점유율 부문에서 파리바게뜨에 이어 2위를 점하고 있는 알짜 사업이다.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 CJ푸드빌이 뚜레쥬르뿐 아니라 빕스와 더플레이스 등 다른 사업까지도 ‘패키지 딜’로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식 산업에 대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CJ푸드빌의 행보는 더 과감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뚜레쥬르 매각 자금은 새로운 사업을 위한 시드머니가 되거나 핵심 사업 재편을 위한 유동성 자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식품·물류·문화라는 세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가정간편식 등 식품 사업군에 무게를 두고 있어 외식 사업은 상대적으로 소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CJ CGV조차도 인수자만 나타난다면 얼마든지 매물로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 CJ의 분위기다. CGV는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법인들을 특수목적법인으로 묶어 지분 28.57%를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매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