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업계가 상반기 훌쩍 날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콕족’(집에 콕 박혀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 늘어 간편식 라면 매출이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업체 간 표정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농심과 삼양식품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매출이 증가하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지만, 오뚜기는 소극적인 해외 진출로 소폭의 성장에 그쳐 쓴웃음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뚜기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적극적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라면 업계 1위 농심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41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04% 늘었다. 매출액은 6680억원으로 17.6%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364억원으로 7배 증가했다.
올 상반기 전체로도 1조3557억원을 거둬 지난해 상반기 대비 17.2% 성장했다. 고성장의 배경에는 해외법인 매출이 3522억원을 거둬 34.3%나 늘어난 영향이 컸다. 영화 ‘기생충’ 효과로 너구리와 짜파게티 수출이 증가하면서 상반기 미국 법인의 경우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농심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외에서 라면 수요가 늘어나며 매출이 증가했다"며 "하반기에도 해외를 중심으로 한 성장 기조는 지속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3위 삼양식품은 지난 2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6분기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매출 1740억원, 영업이익 29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2%, 영업이익은 41.3% 늘어난 수치다. 상반기 총 매출도 330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0.1% 늘었다. 영업이익은 561억원으로 같은 기간 55.4% 증가했다.
삼양식품도 해외 사업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2분기 사상 최초로 1000억원 수출을 돌파했다. 수출액은 10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늘었다.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지역은 중국과 미국이었다. 코로나19로 급증한 수요와 함께 유통망 강화에 따른 적극적 수출 확대 정책에 힘입어 중국은 75%, 미국은 145% 매출 증가를 이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해외에도 빠르게 확산하면서 라면의 해외시장 규모도 커졌다"며 "수출 호조세가 지속하고 있어 농심과 삼양라면의 실적은 계속 경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 2위 오뚜기의 성적표는 아쉽다. 상반기 '플러스' 성장을 했지만, 매출(1조2864억원)이 전년 대비 1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경쟁사보다 매출 증가율이 더딘 이유는 10% 안팎에 불과한 해외 매출 비중에 있다. 매출액도 558억원으로 경쟁사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신제품 라인업 강화와 선한 영향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과 달리 해외 시장에서는 '갓뚜기'가 안 통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최근 기존에 판매법인이던 베트남에서 라면 공장 등 제조 시설을 확대한 점과 미국과 뉴질랜드 법인의 매출도 전년 대비 늘어났다는 데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뚜기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매출 비중이 높은 내수와 그렇지 못한 해외 매출 간 균형을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타 경쟁사들보다 해외 진출이 약하다는 점을 극복해 낼 돌파구가 필요하다"며 "미래 성장 동력을 해외 시장에서 찾아 둔화한 해외 성장률을 만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베트남을 거점으로 동남아시아로 사업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국내 제품뿐 아니라 현지화 상품으로 매출이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