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이 개봉 전부터 변칙 개봉, 시사회 강행 논란에 휩싸였다.
코로나19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테넷'이 높아지는 기대만큼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개봉 전 유료 시사회 개최를 두고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테넷'의 수입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오는 22일과 23일 유료 시사회를 연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이를 두고 '프리미어 상영'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는 호주 유료 시사회와 같은 날짜에 진행할 예정이다. 북미보다 앞서,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테넷'을 보려는 예비 관객들의 '관람 욕구'를 뜨겁게 달궜다.
이를 두고 변칙 개봉 논란이 불거졌다. 관객을 선점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일었다. '테넷'이 개봉 전부터 일찌감치 극장을 장악하면, 극장은 '테넷'에 더욱 많은 상영관을 배정하게 된다. 동시기 개봉작은 최소한의 상영 기회도 보장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상영 기회를 '테넷'이 빼앗아버리기 때문이다. '테넷'의 독과점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테넷'의 대규모 유료 시사회는 예상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인데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극장에 걸리는 할리우드 텐트폴 영화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취소되기 전, CGV 용산아이파크몰IMAX관 예매가 매진에 가까운 성과를 거뒀다는 사실이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잘 보여준다.
논란이 커지자 영화진흥위원회는 각 극장에 보낸 공문을 통해 "공식 개봉일 이전에 실시되는 유료시사회는 상영부문의 공정 경쟁을 해치는 변칙상영에 해당한다"면서 "그러나 이런 변칙상영을 우리 위원회가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은 없으며 실효성 있는 공공적 제재 조치도 마땅치 않다"라며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변칙 개봉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료 시사회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이번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자 문제가 불거졌다. 정부의 방침에 따르면 실내 50인 이상이 집결하는 것은 금지된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권고에 따르면, 영화관에서 50인 이상이 참여하는 시사회가 금지된다. '테넷' 또한 이 지침에 따라 언론배급시사회와 라이브 컨퍼런스 일정을 취소했다.
결국 문제는 '테넷'의 대규모 유료 시사회를 시사회로 볼 것인지, 일반 상영으로 볼 것인지다. 영화진흥위원회는 극장에 배포한 공문에 "이같은 일반적인 형태의 영화 상영은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테넷'의 대규모 유료 시사회를 시사회로 본다면 진행이 불가능하고, 일반적인 형태의 영화 상영으로 본다면 좌석 가용률 재조정을 통해 진행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시사회를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테넷' 측은 "시사회가 아닌 프리미어 상영"이라고 주장하며 행사 강행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극장이 연이어 휴업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사회를 강행해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정상적으로 개봉해도 어차피 '테넷'의 흥행은 당연한 일인 분위기인데, 왜 이렇게 무리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테넷’은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현재 진행 중인 과거를 바꾸는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당초 7월 17일로 북미 개봉일을 잡았으나 코로나19 여파로 극장이 문을 닫자 8월 12일로 한 차례 연기됐다. 그러나 극장의 영업 재개가 시작되지 못했고, 결국 9월로 계획을 변경했다. 북미를 제외하고 한국을 비롯해 벨기에·영국 등에서 8월 26일 개봉한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