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이 5일 만에 메이저리그(MLB) 선발투수로 다시 동시 출격했다. 지난 18일에는 류현진이 2승을 거뒀지만, 김광현은 승패 없이 물러났다. 이번에는 김광현과 류현진의 입장이 바뀌었다. 김광현이 MLB 첫 승을 거뒀고, 류현진은 승수를 올리지 못했지만 호투했다.
김광현은 23일(한국시각) 신시내티 레즈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3구를 던져 3피안타·3탈삼진·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이 3-0으로 이기면서 김광현은 빅리그 세 번째, 선발로는 두 번째 등판 만에 첫 승리를 수확했다. 평균자책점은 3.86에서 1.69로 끌어내렸다.
김광현은 지난 18일 시카고 컵스와 원정 더블헤더 1차전에서 57구를 던졌다. 지난달 25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홈 개막전에서 첫 세이브를 신고한 후, 20일 넘게 등판하지 못해 투구 수를 조절했다. 신시내티전에서는 약 80구, 5이닝 투구가 예상됐다. 그런데 김광현이 효율적인 피칭을 하면서 선발 두 번째 경기 만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다. 김선우 해설위원은 "선발 두 번째 경기 만에 6이닝을 소화한 것은 정말 대단하다. 첫 승까지 따내면서 팀에서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을 것"이라고 했다.
KBO리그 시절부터 최고의 구종으로 꼽혔던 슬라이더가 위력적이었다. 삼진 3개를 모두 슬라이더로 잡아냈다. 신시내티 타자들은 처음 경험한 김광현의 날카로운 슬라이더에 당황한 모습이었다. 2회에는 3할 타자 제시 윙커를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윙커는 방망이를 내던지고 발로 차며 성질을 냈다. 3회에 삼진을 당한 조이 보토는 소리를 지르며 불만을 표시했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는 "김광현의 빠른 투구 템포 덕분에 경기 소요 시간은 2시간 15분에 불과했다"고 했다. 2타점 적시타를 친 유격수 토미 에드먼은 "김광현의 투구가 대단했다. 내야수로서 긴장할 수 있었다. 이런 투수를 보는 건 기쁜 일"이라고 놀라워했다.
김광현은 경기 후 "MLB 첫 승을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이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아서 빅리그 첫 승이 더욱 감격스러웠다. 그토록 원하던 MLB에 진출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이 계속 미뤄졌다. 그는 미국에서 홀로 머물며 개인 훈련을 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외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얼마나 소통이 그리웠는지 지난 3월 소셜미디어 계정까지 만들어 "나한테만 불행한 시기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되뇌어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힘들다. 하지만 또 참아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참고 기다렸지만 그의 보직은 마무리투수였다. 그마저도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랬더니 하늘이 그의 간절한 소망에 응답했다. 선발투수 두 명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그에게 선발 보직이 돌아왔고, 마침내 첫 승으로 선발투수로서의 가치를 증명했다.
류현진은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6탈삼진·1실점으로 역투했다. 두 경기 연속 볼넷을 허용하지 않았다. 1-1로 맞선 6회에 내려오면서 승패를 기록하지는 않았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3.46에서 3.19로 떨어졌다. 토론토는 10회 연장 접전 끝에 1-2로 졌다.
류현진은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게 목표였지만 5회까지 94구를 던지면서 일찍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류현진의 투구 수가 거의 100개에 육박한 상태였다. 110구나 던지게 하면서 류현진을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류현진도 "적은 투구 수로 더 많은 이닝을 던졌다면 좋았겠지만, 상태팀이 끈질기게 공을 쳐 냈다. 앞으로는 타석당 투구 수를 줄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