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선수에게 외모는 중요하다. 실력이 출중하지 않아도 외모가 뛰어나 인기를 얻는 선수를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다. 만약 실력에 외모까지 겸비한다면 그 선수는 슈퍼스타 반열에 오른다. 그리고 외모에서 머리 스타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참으로 크다. 특히 프로 스포츠 선수는 자신의 이미지와 인기를 위해 또는 광고나 스폰서십 등을 유치하기 위해서도 탈모 치료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지난주 칼럼에서 탈모로 고통받는 선수가 할 수 있는 두 가지 선택을 알아보았다. 세 번째 선택은 탈모 부위를 가발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교묘히 감추는 것이다.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은 거의 매 경기 헤드 밴드를 하고 경기에 나선다.
이제 긴 머리를 가지고 있지 않은 그가 왜 그렇게 헤드 밴드에 집착하는지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다. 나달은 이에 대해 "헤드 밴드에 대한 사랑은 열세 살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테니스나 농구처럼 격한 운동을 하는 선수들은 흐르는 땀이 눈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밴드를 착용하기도 한다. 혹은 경기 중 똑같은 행동을 강박적으로 반복하는 나달의 특성이 원인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점차 다른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나달은 탈모가 상당히 진행된 머리 상태를 가리기 위해 헤드 밴드를 계속 착용한다는 것이다.
탈모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보통 모자를 써서 이를 가린다. 특히 데이팅 사이트에서 탈모를 감추기 위해 모자를 쓴 사진만 올리거나, 실제 데이트를 할 때 매번 모자를 써 자신의 부족한 머리숱을 감추는 행동을 영어로 햇 피싱(hat-fishing)이라고 부른다.
스포츠 종목 중에서 야구 선수는 의무적으로 모자(공격할 때는 헬멧)를 써야 한다. 테니스나 골프 선수도 모자 착용에 제한이 없다. 하지만 골키퍼를 제외하고 모자를 착용할 수 없는 축구 선수들은 자신의 머리 상태를 그대로 대중에게 공개할 수밖에 없다.
이에 탈모로 고통받는 축구 선수들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옆 머리를 길러서 숱이 없는 정수리나 앞머리를 교묘하게 가리는 것이다. 영어로 콤 오버(comb over)라고 불리는 이러한 스타일을 시도한 대표적인 스타는 1966년 월드컵을 잉글랜드에 안긴 보비 찰튼이다.
찰튼은 대머리인 아버지를 바라보며 어릴 적부터 자기도 머리가 빠질까 봐 두려워했다. 불행히도 그의 머리는 17살 때부터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는 짧게 깎는 스포츠 머리인 크루 커트(crew cut)를 시도했으나 사람들의 조롱을 피할 수 없었고, 결국 머리를 기른다. 그러나 찰튼의 탈모는 더욱더 심해졌고, 마침내 그는 머리숱이 없는 윗부분을 긴 옆머리를 올려 가리기 시작했다.
2001년 찰튼은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콤 오버 스타일에 대해 후회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머리를 본 나는 '내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는 못 참겠어! 내가 이런 우스꽝스러운 머리를 하고 있다니.” 그는 곧 가위를 집어 들어 머리카락을 잘랐고, 찰튼은 자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콤 오버 스타일은 오래 역사를 자랑한다. 심지어 1977년 미국에서는 긴 머리를 세 방향으로 빗어 대머리를 감춘다는 이유로 특허가 출원됐다. 콤 오버를 시도한 유명인사로는 고대 로마의 줄리어스 시저를 비롯해 한국 전쟁 영웅인 맥아더 장군과 영국의 찰스 왕세자, 그리고 해태와 삼성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10번 달성한 김응용 감독 등이다.
현재 콤 오버 스타일로 가장 유명한 인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고전적인 콤 오버가 아닌 다소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하는 변형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 데일리 메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 만드는 과정을 1~4단계로 소개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만의 콤 오버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뒷머리에 핀을 꼽기도 한다.
웨일즈의 축구 스타 가레스 베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던 시절 그는 탈모하고 전혀 상관이 없어 보였다. 베일은 2013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뒤 그의 정수리 머리숱이 빠지고 있다는 것을 팬들이 목격한다. 하지만 베일은 그 후 머리를 길렀고, 그의 머리 상태는 팬들의 기억에서 잊혔다.
베일은 번(bun)이라고 불리는 올림머리 스타일을 즐겨 했다. 이는 그의 시그니처 헤어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16년에 베일의 번 헤어 사이로 상당히 진전된 탈모가 목격됐다. 타블로이드 언론은 이를 호들갑스럽게 보도했다. 그동안 베일은 탈모를 감추기 위해 머리를 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헤어 스타일을 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타이트하게 묶어야 한다. 이런 경우 모낭을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게 만들어 머리카락이 가늘어진다고 한다. 결국은 탈모가 악화하는 것이다. 더는 올림머리로 탈모 부위를 가릴 수 없게 되자 베일은 모발 이식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