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세계 축구가 놀랄만한 이적 소식이 전해졌다. 네이마르(28)가 바르셀로나(스페인)를 떠나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으로 떠난 것이다. 당시 이적료는 무려 2억2200만 유로(3115억원). 세계 축구 역사상 최고 이적료 기록이었다.
많은 이들이 찬사보다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네이마르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를 이을 차세대 '축구 황제' 1순위로 지목된 선수였기 때문이다.
2013년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은 네이마르는 스페인 프리메리라가 2회 우승,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3회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회 우승 등 8회 우승을 경험했다. 특히 2014~15시즌 트레블(리그·FA컵·UCL 동시 우승) 주역으로 활약했다. UCL에서 10골로 메시·호날두와 함께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다.
네이마르는 2015년과 2017년 메시와 호날두에 이어 발롱도르 3위를 차지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바르셀로나에서 메시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네이마르는 조급함을 이겨내지 못했다. 더 빨리 1인자가 되고 싶었다. 메시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메시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자 그는 PSG를 선택했다. 물론 더 높은 연봉을 받는 이유도 있었다.
PSG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세계적인 선수들을 모았다. 하지만 리그에서만 최강이었을 뿐, 유럽 무대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네이마르가 합류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네이마르가 세계 최고의 팀 바르셀로나를 떠난 것이 패착이라는 지적이 많았던 이유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전 브라질대표팀 감독은 "나는 네이마르에게 이런 말을 했다. '바르셀로나로 돌아가라. 바르셀로나에 있어야 네이마르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 그런 기회도 바르셀로나에 있을 때 찾아온다"고 말했다.
브라질 축구의 아이콘이자 바르셀로나의 레전드로 꼽히는 히바우두 역시 "네이마르는 바르셀로나로 돌아가야 한다. 아니면 빅네임을 원하는 레알 마드리드로 가도 좋다. 네이마르는 파리를 떠나 빅클럽에서 뛰어야 더 성공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PSG에서 네이마르가 UCL 우승을 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이런 분석이 지난 두 시즌 동안에는 힘을 얻었다. 네이마르의 PSG는 프랑스 리그1 3연패,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컵) 2연패 등 프랑스에서 가질 수 있는 모든 트로피는 품에 안았다. 하지만 UCL은 달랐다. 2017~18시즌에 이어 2018~19시즌도 16강에서 떨어졌다. 네이마르가 있어도 PSG는 UCL에서 그저그런 팀이었다.
하지만 2019~20시즌 조별리그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PSG는 A조에서 5승1무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UCL 최다 우승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조 2위로 떨어뜨렸다. 16강에서 도르트문트(독일), 8강에서 아탈란타(이탈리아), 4강에서 라이프치히(독일)를 연파하고 결승에 안착했다. PSG가 창단 후 최초로 UCL 결승까지 오른 건 네이마르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PSG는 결승에서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0-1로 패배했다. 우승까지 단 한 걸음 모자랐다. 하지만 네이마르는 PSG에서도 유럽 정상에 설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네이마르-킬리안 음바페-앙헬 디 마리아로 이어지는 공격 트리오는 유럽 어떤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최강의 위용을 자랑했다. UCL 결승을 경험한 건 소중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다음 시즌 또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네이마르는 '파리 지옥'을 '파리 천국'으로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