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연임 기로에 선 가운데 KB국민은행에 뺏긴 ‘리딩뱅크’ 자리를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올해 하반기 실적이 12월까지 임기인 진 행장의 연임이냐, 임기 만료냐를 가를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디지털 전환 기여도를 계열사 CEO 인사에 핵심 잣대로 삼을 것을 공식화하면서 진 행장의 연임 여부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각종 사모펀드 사태가 터진 은행권에서는 KB국민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이 실적에 영향을 받았다.
신한은행은 올 2분기 당기순이익이 514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2.5% 감소하며 KB국민은행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올 상반기 실적도 1조14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0% 감소하며 ‘리딩뱅크’ 탈환에 실패했다.
KB국민은행은 이자이익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한 보수적 미래 경기 전망 시나리오를 반영한 추가 대손충당금(약 1150억원) 적립 등으로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조246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4.5%(584억원) 감소한 수준임에도 ‘라임 펀드 사태’를 겪은 신한은행을 제치게 됐다.
업계는 은행 실적이 은행장의 연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고려할 때, 이번 하반기 실적에 따라 행장의 얼굴이 결정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국민은행에 리딩뱅크를 내준 진 행장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게다가 상반기 지주 전체 성적에서 신한금융그룹이 KB금융그룹을 누르고 상반기 리딩뱅크 지위를 수성했지만, 주요 계열사인 ‘은행’ 부문에서는 탈환에 실패했다.
또 진 행장은 금융감독원의 ‘라임 펀드’ 100% 배상 조정안과 관련한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1위 탈환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 기조와 함께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코로나19 사태가 지난 2분기 본격화되고 있어 진 행장의 리더십도 주요 평가요소다.
이에 진 행장은 최근 경영전략회의를 주재하며 하반기 영업전략 청사진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단순 실적이 아닌 ‘성과 과정의 정당성’을 강조해 진 행장이 직원 친화적 리더십에 방점을 찍고 연임 가능성을 높일 나름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 행장이 강조한 이번 전략의 핵심은 ‘디지털 기반 고객관리’와 ‘대면 채널 전략·창구체계 변화’의 두 가지 갈래다. 조용병 회장이 신한금융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계열사 CEO가 그룹 차원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에 부응하면서 하반기 성장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이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대응해 비대면 채널 활성화 등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는 만큼 조 회장의 기준은 당장 올해 연말 인사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서는 진 행장이 은행장 임기의 룰처럼 진행돼 온 ‘2+1년’을 채우지 않아 연임이 무난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코로나19 시기로 조직에 큰 변화를 주기 어려운 상황도 진 행장의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장의 임기에 당연히 실적이 중요하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금융권이 ‘비상경영’ 체제이기 때문에 기존 인사들을 통해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게 중요한 시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