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취소는 없었다. 태풍의 위협 속에서 두 번째 '연고 이전 더비' 맞대결을 치른 제주 유나이티드가 승점 3점과 함께 두 가지 소득을 얻어냈다.
제주는 2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2부리그) 2020 부천 FC와 10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4-0 완승을 거뒀다. 안방에서 한 골도 내주지 않고 상대를 실컷 두들긴 제주는 승점 3점을 추가하며 9승4무3패(승점31)로 수원 FC(9승2무5패·승점29)를 밀어내고 선두로 올라섰다.
원래대로라면 제주와 부천의 10라운드 맞대결은 지난 7월 12일 치러졌어야 했다. 그러나 경기 당일 서귀포 일대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짙은 안개에 뒤덮였고, 결국 악천후로 인해 이날 경기는 취소되고, 약 한 달하고도 열흘 넘게 지나 대결이 성사됐다. 하지만 어렵게 잡은 재경기 일정이 또 한 번 날씨로 인해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제8호 태풍 '바비'의 북상으로 제주도가 25일 밤부터 영향권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강풍을 동반한 바비의 북상으로 인해 경기 진행에 어려움이 생길 경우 이튿날인 27일로 순연해 경기를 치르는 방안까지 고려됐다.
태풍 '바비'는 경기 당일 오전까지도 제주에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내렸다. 그러나 오후가 되면서 빗줄기와 바람이 약해지기 시작했고 경기를 치르는데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안정됐다. 태풍을 넘어 시작된 경기, 부천의 골문을 두들긴 제주의 화력은 태풍보다 더 태풍 같았다. 전반 45분을 0-0으로 끝내는 듯 했던 제주는 이동률의 프로 데뷔골을 시작으로 득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1-0으로 앞선 후반 17분 공민현의 추가골이 터졌고 후반 31분과 35분에는 강윤성과 에델이 연달아 부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에만 3골을 터뜨린 제주의 기세는 태풍보다 더 강렬했고, 부천은 속수무책으로 골을 내주며 원정길에서 뼈아픈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제주는 그동안 다른 팀들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에서도 꾸준히 선두권을 유지하며 1위 경쟁을 이어왔다. 그리고 이 경기를 끝내 승리로 장식하며 기다렸다는 듯 선두로 올라서면서 승격을 향해 박차를 가했다. 안개에 이어 태풍이라는 변수가 겹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인 제주는 이 경기로 왜 '승격 후보 1순위'로 꼽히는지 이유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연고 이전' 악연으로 묶인 부천을 상대로 올 시즌 2연승을 기록한 것도 의미 있는 수확이다. 제주는 올 시즌 성사된 부천과 연고 이전 더비 첫 맞대결이었던 4라운드 원정에서 1-0으로 승리한 데 이어 이번 홈 경기서도 4-0 완승을 거두며 상대전적 우위를 이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