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제5회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가 올해 열리지 않는다.
한국마사회는 지난 23일 한국경주분류위원회(KPC)를 개최해 코리아컵, 코리아스프린트 연기 결정을 아시아경마연맹 경주분류위원회에 통보했다.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는 국내 유일의 국제 그레이드 경주(IGⅢ)다. 아시아, 유럽, 북미 대륙의 쟁쟁한 경주마들이 참가하는 국제경주이기 때문에 가까운 일본과 홍콩에서는 자국 경주마를 응원하기 위해 한국까지 ‘원정응원’을 오기도 한다. 지난해 코리아컵에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참석해서 자국 경주마를 응원하기도 했다.
그동안 일본과 홍콩이 우승을 차지했었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의 문학치프가 코리아컵 우승을 차지했다. 블루치퍼는 코리아스프린트에서 우승했다.
블루치퍼는 경마 올림픽이라 불리는 미국 브리더스컵에서 3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말이기도 하다. 한국 경주마들이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올해 더욱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검역이 강화되고 출입국 후 격리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경주마들과 경마 관계자들의 국제대회 참가가 어려워져 결국 연기를 결정하게 됐다.
다른 국제경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오는 11월 29일에 예정된 일본의 재팬컵은 국제경주이지만 자국 경주마들만 출전한다. 일본은 경마를 중단한 적 없기 때문에 국제경주로서의 의미가 퇴색되더라도 경주를 개최하는 것에 의의를 뒀다.
홍콩자키클럽 관계자는 “두바이월드컵 등 내로라하는 국제경주들이 코로나19로 줄줄이 취소된 이후 코리아 스프린트 출전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연기되어 아쉽다”고 밝혔다.
한국마사회는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 개최에 힘을 쏟아왔다. 2019년 한국 경마경주의 해외 수출 규모는 761억원이다. 이 중 71억2000만원이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 경주 수출 매출액이다. 단 하루 2개 국제경주로 연 매출의 10%가 발생한 것이다. 2018년에는 홍콩이 자국마가 출전하는 코리아스프린트만 수입했지만 2019년에는 코리아컵까지 수입해서 초청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마사회는 경주실황이 송출돼 한국 경주에 외국인들이 친숙해지면 수출경주 매출이 증대되고 나아가 한국 경주 수입국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올해는 기존 코리아컵, 코리아스프린트도 수출을 못 하는 상황이어서 매출에 타격이 예상된다.
일본은 국제경주를 중계하며 제2의 경마 호황을 맞은 바 있다. 일본 경주마가 출전했던 개선문컵이 일본에서 중계되며 한 경주에 4000만 달러(476억원)가 베팅됐다. 이후 굵직한 국제대회들은 일본 경주마의 출전 여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제대회 출전으로 일본 경주마들의 수준과 일본 경주 수준도 향상됐다. 그 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주마와 경주 수출이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