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세에 극장가는 또 멈췄다. 할리우드의 천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버티기 힘겨운 상황이다.
지난 25일 극장을 찾은 총 관객수는 5만 명대까지 떨어졌다. '반도'가 개봉한 지난 7월 15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며 관객의 발길이 뜸해졌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관객과 만난 할리우드 텐트폴 영화 '테넷'도 26일 개봉 첫날 1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기대만큼 폭발적인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테넷' 개봉에도 극장 총 관객수는 17만 명 남짓이었다. 지난 8일 72만까지 치솟았으나 급감했다.
특히 '테넷'의 첫날 기록은 다소 실망스럽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인데다 문화가 있는 날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 이하의 흥행 성적이다. '테넷' 등장 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34만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는데, '테넷'은 절반도 안 되는 스코어를 나타냈다.
개봉 전 80%가 넘는 예매율을 기록했고, 변칙 개봉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일부 극장에서 프리미어 시사를 진행해 8만 명의 관객을 모은 바 있다. 70%의 좌석점유율을 기록하며 사실상 독과점이 가능한 환경도 마련됐다. 그러나 좌석판매율은 9.1%에 그쳤다. 아이맥스와 4DX 등 특별관에서는 어느 정도 객석을 채웠지만, 일반 2D 상영관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극장으로 발길을 돌리기엔 예비 관객들의 공포심이 여전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으로 극장의 좌석 가용률도 50%로 줄었다. 제아무리 제작비 2억 달러(한화 2379억 원)를 들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이지만 열악한 상황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
이에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재빨리 9월 개봉 예정작의 일정을 연기했다. 마블 유니버스의 새로운 돌연변이가 주인공인 영화 '뉴 뮤턴트'의 개봉일을 9월 3일에서 9월 10일로 한 주 늦췄다. 북미에서는 극장 개봉을 포기하기까지 하며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디즈니 라이브 액션 영화 '뮬란'은 또 일정이 변경됐다. 9월 10일에서 17일로 연기해 관객과 만난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국산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도 코로나19에 백기를 들었다. 앞서 언론배급시사회만 취소하고 9월 2일 개봉을 강행하려 했으나, 개봉을 일주일 남기고 잠정 연기를 택했다. '기기괴괴 성형수' 측은 "관객들과 약속한 개봉일에 영화를 선보이지 못하게 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집단 감염에 대한 사회 전반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추가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거듭된 논의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영화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김대명 주연의 한국영화 '돌멩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2주 후의 상황에 희망을 걸고 9월 첫 주 언론배급시사회를 정상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코로나19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자 50인이 넘지 않는 49인 시사회로 변경해 간담회 없이 진행할 예정이다. 나문희 주연의 '오! 문희'도 상황이 같다. 마케팅 비용을 이미 많이 지출한 터라 개봉일 변경까지는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다. '돌멩이'의 한 관계자는 "상황이 심각하다. 어떻게든 개봉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