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조선의 새로운 역사를 넘어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 기록(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최종회 35.711%)을 갈아치운 서혜진 본부장. 올해 시작과 동시에 '미스터트롯'으로 화력을 발휘한 '트로트 신드롬'은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지금도 대한민국은 '트로트앓이'에 빠진 상태. 임영웅·영탁·이찬원 등 젊은 피의 수혈로 한층 젊어진 트로트는 대중가요의 변두리가 아닌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서혜진 본부장은 1997년 SBS에 입사해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대회 스타킹' '도전 1000곡' '송포유' '동상이몽' 시리즈 등을 이끌었다. 2018년 TV 조선으로 이적하면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방송가의 이목이 집중됐다. '아내의 맛' '연애의 맛' 등 맛 시리즈가 성공했다.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쏠쏠했다. 다음 스텝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다. 평소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던 서혜진 본부장은 '트로트'에 초점을 맞췄고 이것이 대중의 마음도 뒤흔들었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이 대박을 터뜨리며 제56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예능작품상 수상의 영광을 누리게 됐다.
※취중토크①에서 이어집니다.
-방송인 붐 씨와 트롯맨들의 호흡이 좋다는 반응이 많아요. "붐 씨와의 인연은 '스타킹'부터죠. 처음으로 고정을 넣어준 PD거든요. 리포터를 하는 모습이 웃겨서 고정으로 과감하게 넣었어요. 처음에는 강호동 씨가 하나도 받아주질 않았어요. 인원이 엄청 많으니까 붐 씨도 가운데 있다가 점점 밀려나 제일 끝에 앉게 됐죠. 편집하다 보니 붐 씨가 끝에서 졸다가 의자에서 떨어지는 모습이 잡혔더라고요. 편집 감독이 웃기게 편집을 해주고 강호동 씨도 재미있는 친구라는 걸 알게 되니까 점점 받아줬죠. 사실 붐 씨도 '스타킹 피해자' 중 하나였던 거예요.(웃음) 정말 열심히 해요. '사랑의 콜센타'는 2개씩 5시간 녹화하고, '뽕숭아학당'은 새벽 3시부터 그다음 날 새벽 3시까지 찍은 적도 있어요. 장시간 하는데도 뭘 그렇게 계속하고 있어요. 편집하다 감동해요. 트롯맨들하고도 친해서 좋아요. '사랑의 콜센터' 쉬는 시간에는 소파에 모여서 떠드는데 또래라서 말도 잘 통하는 것 같더라고요."
-김성주 씨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죠. "명 MC예요. 진짜 잘하고 특히 생방송 사고 대처를 정말 잘했어요. 'Mnet 슈퍼스타 K' 이후 오랜만에 오디션 MC를 맡은 거였거든요. 처음에 TV 조선 와서 놀랐던 점이 섭외가 너무 안 되더라고요. 정치적인 것도 있고 타깃 시청 층도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서 그런지 섭외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의리로 해준 김성주·이휘재·박명수 씨 정말 고마워요. 명수 씨한테는 늘 고맙다고 해요."
-'미스터트롯' 생방송 사고 때는 무슨 생각이 들었나요. "사실 우리가 생방송을 할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서 못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생방송 투표를 안 하면 죽겠더라고요. 시청률은 30%를 넘은 데다가, 당시 화두가 '방송가 공정성'에 집중돼 있었거든요. '피디픽' '작가픽' 말이 많을 때라서 생방송을 강행했어요. 그러다 집계 사고가 나니 멍해지더라고요. 현장에서 '방송 생활을 접어야겠구나' '나는 이제 끝이구나' 이런 생각만 들었어요. 멍하게 있는데 노윤 작가가 제 멱살을 잡고 솔직하게 다 보여줘야 한다고 설득했죠."
-'프로듀스' 시리즈 조작 논란 이후 생방송 투표를 받은 거라 더욱 마음 졸였을 것 같아요. "검찰에 끌려가고 담당 PD는 징역형을 받는 와중에 파이널 문자투표가 773만 1781콜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투표수를 보였던 거죠. 솔직함만이 살 길이었어요. '이게 원래 방송 현실이라는 것을 시청자들에 알려주자'라는 마음으로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김성주 씨가 시간 끌고 있는 와중에 저는 사장님부터 보도국 등 여러 군데 전화하면서 수습하느라 정말 난리였어요. 코로나 19사태로 문자 투표 서버 업체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수습이 더 어려웠어요. 생각보다 빠르게 데이터가 정리돼 다행이었죠."
-톱7도 많이 당황하더라고요. "생방송 의상을 똑같이 차려입고 몇 번이나 무대에 올라야 했죠. 사전녹화까지 포함하면 최종 결과를 세 번이나 기다린 셈이에요. 리허설도 똑같이 세 번 했으니 다들 고생했어요."
-'미스터트롯'의 노윤 작가와는 오랜 인연이라고요. "처음 만났을 때도 메인 작가였어요. 임신하고 있을 때라 엄마가 아침마다 김밥을 싸줬는데 그 김밥을 같이 나눠 먹던 사이죠. 전우애를 나눴어요. 파트너를 만나도 한쪽만 크면 안 되는데 비슷하게 쭉 커와서 좋아요. TV 조선으로 넘어와서 손을 내밀었을 때 같이 기획해준 것도 정말 감사해요."
-'미스터트롯'은 어떤 프로그램으로 기억될까요. "'미스트롯'이 잘 뚫어줬고 그래서 잘 되리라는 것을 예견했어요. 기대만큼 잘 됐어요. 첫 시즌에서 부족했던 점은 예능의 자원들을 잘 보여주지 못한 거예요. MC로나 리얼리티나 여러 가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친구들인데 '미스트롯'에선 뻗어 나가지 못했고, '미스터트롯'에선 그런 것들을 시험할 수 있었죠. 프로그램이 잘 된 것도 좋지만, 예측이나 감이 맞았다는 생각에 기뻤어요.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타진하는 연차이자 위치에서 생각했던 것들이 맞아 떨어졌을 때 느끼는 쾌감이 있거든요."
-전문성이 없는 심사단이라는 논란도 있었죠. "트로트는 누구나 부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장르예요. 우리도 누가 노래하면 평가하잖아요. 래퍼도 아니면서 '랩 가사가 안 들리는데?' 하고 평가하는 걸요. 노래는 누구나 평가할 수 있어요. 다만 대중 위에 어떤 전문적인 멘트를 덮어주는 것이 필요한 거죠. 또 오디션의 경건함, 고집스러움, 무거움 이런 것은 벗어야 한다고 생각해온 사람이에요. 나도 늘 평가받아서 머리 아파 죽겠는데 왜 TV를 보면서 남이 평가받는 걸 지켜봐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예능은 즐거움이 우선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