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이 내야 실책으로 출루를 허용했지만 실점 없이 막아냈다. 게티이미지.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은 KBO리그 136승 투수다. 프로 무대 데뷔 14년 차다. 아쉬운 결과를 남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김광현은 28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1실점(0자책)을 기록했다. 1-1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기며 승패를 기록하지 않았다. 소속팀도 연장 승부치기 승부 끝에 3-4로 패했다. 그러나 두 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하며 자리를 굳혔다.
이 경기는 위기 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1회 초 선두타자 에릭 곤잘레스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지만, 이후 9타자 연속 범타 처리하며 3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4회 초 선두 타자 콜 터커에게 출루를 허용했다. 3루수 브래드 밀러 정면으로 느린 타구가 향했지만 야수는 악송구를 했다. 2루 진루도 허용했다.
김광현 후속 타자 케빈 뉴먼을 좌익수 직선타로 잡아냈다. 좌익수 타일러 오닐의 포구와 주자의 진루를 막는 후속 동작이 좋았다, 거포 조쉬 벨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상대한 브라이언 레이놀드는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우타자 기준)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두 번째 아웃카운트.
한 고비를 더 넘진 못했다. 제이콥 스탈링스에게 빗맞은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2루 주자 터커가 홈을 밟았다. 그러나 이어진 위기에서 그레고리 폴랑코를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6회도 4회와 흡사한 장면이 나왔다. 선두타자 터커에게 평범한 땅볼을 유도했는데 2루수 콜튼 웡이 포구에 실패했다. 뒤늦게 송구했지만 이미 타자의 발이 베이스를 밟았다. 웡은 2019년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다.
김광현은 후속 타자 뉴먼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1·2루에 놓였다 마이크 투수 코치가 잠시 마운드에 올랐다. 뉴먼에게 맞은 안타는 심리적으로 흔들린 게 아니다. 우타자 상대 바깥쪽 공략이 두드러지자 상대 타자가 노림수를 갖고 밀어친 것.
김광현은 이 상황에서 노련미를 보여줬다. 앞서 볼넷을 허용한 벨과의 승부에서 몸쪽 낮은 코스 슬라이더 2개를 보여준 뒤 몸쪽 하이패스트볼을 구사해 히팅포인트를 흔들었다. 빗맞은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향했고 4(2루수)-6(유격수)-3(1루수) 더블플레이로 이어졌다. 후속 타자 레이놀드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경기 뒤 김광현은 현지 매체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야수 실책이 나왔을 때, 그 선수가 자책하지 않도록 내가 이닝 실점을 막았어야 했다. 그 때 실점해서 팀이 쫓겼다"며 자신의 투구를 자책했다. 이어 "(외야수)오닐과 파울러가 홈런 못지 않은 호수비로 나를 지원해줬다'며 좋은 투구를 한 공을 동료에 돌리기도 했다.
김광현은 이 경기에서도 빠른 투구 템포를 보여줬다. 상대 타자가 타이밍을 끊기 위해 타임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광현은 "투수는 항상 야수에게 도움을 받는다. 투구 템포를 빠르게 해서 수비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빅리그에서는 신인이지만, KBO리그 대표 투수다. 경기 경험도 세인트루이스 선발진 가운데서 베테랑 아담 웨인라이트 다음으로 많다. 운영 자세와 노하우, 동료 배려에서 그 정도가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