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천-MG 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경기가 30일 오후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도희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제천=김민규 기자
"우리는 프로 선수, 프로 구단이다."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 이도희(52) 감독은 "(선수단 모두)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고 대회를 잘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이도희 감독이 언급한 '힘든 부분'은 한 달 전 고(故) 고유민의 극단적인 선택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에서 뛰었던 고유민은 7월 3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유민은 그동안 악플에 대한 고통을 호소해 왔다. 그러나 유족들은 "악성 댓글이 아니라 구단의 따돌림과 갑질 때문"이라며 구단과 코치진이 고유민을 벼랑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구단은 보도자료를 내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도희 감독은 30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리는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A조 흥국생명과의 개막전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고유민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 처음 공식적인 자리에 나온 것이다.
이도희 감독은 고유민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그 부분은 구단이 잘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은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건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된 2019~20시즌 1위 팀이다. 그러나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이 흥국생명으로 떠났다. 이도희 감독은 "트레이드로 세터 이나연을 영입했다. 이나연이 가진 장점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도희 감독은 또 "상대가 강한 팀이라고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 김연경(흥국생명)은 워낙 뛰어난 선수다. 김연경을 막고자 다양한 시도를 할 생각이다. 경기를 치르면서 김연경을 막을 방법을 더 파악할 것"이라며 "일단 (지난 시즌) 1위라는 생각은 내려놓고 도전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이날 흥국생명에 세트스코어 0-3(15-15·13-25·22-25)로 완패했다. 이도희 감독은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합류해 공격과 수비, 블로킹까지 모두 강해졌다"라며 "시즌 전까지 최대한 준비를 잘하겠다"라고 했다. 이어 2세트 도중 교체된 외국인 선수 헬레네 루소에 대해 "큰 부상은 아니라 다행이다. 발목을 살짝 접질렀다. 통증이 있어 교체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