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 문희'가 2일 공식 개봉, 관객들과 만난다. 제대로 만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재확산세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는 2~2.5단계로 격상됐고, 영화관은 가동좌석을 줄이며 한층 강화된 방역 조치와 함께 안전 예방에 힘쓰고 있다. '하루 영화관에 몇 명 방문했다'는 수치가 많으면 많을 수록 기뻐야 정상이지만, 외출 자제 권고에 따라 마냥 기뻐만 하기에도 찝찝한 상황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문희'는 당당한 직진 행보를 걷는다. 늘 '오늘이 최악이다'는 마음으로 버틴 것이 벌써 9개월 째. 피한다고 피해지지 않는 코로나19를 과감하게 뚫겠다는 의지다. 이미 지난해부터 개봉을 추진하다 한계치까지 미춰진 일정도 더 이상 개봉을 연기할 수 없는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개봉 직전 오프라인 시사회까지 강행하며 최선을 다한 노력의 결과가 작지만 의미있는 흥행으로 보답될지 지켜 볼 일이다. 소소한 영화가 꿈꾸는 소소한 행복이다.
출연: 나문희·이희준·최원영·박지영·이진주 감독: 정세교 장르: 코미디·드라마 줄거리: 뺑소니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 엄니 오문희와 물불 안가리는 무대뽀 아들 두원이 범인을 잡기 위해 펼치는 좌충우돌 농촌 수사극 등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9분 한줄평: 산으로 가는 짬뽕의 각개전투 별점: ●●◐○○
신의 한 수: 캐스팅 하나는 찰떡이다. 나문희·이희준에 아역 이진주까지 러브콜 성공 후 만세 삼창을 불렀다 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조합이다. 극중 치매노인 문희로 분한 나문희는 러닝타임 절반 이상을 치매귀신에 사로잡힌 보살님으로 등장, 그 매력에 푹 빠져들게 만들다가도 잠깐씩 돌아오는 본연의 모습으로 관객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눈빛에 목소리까지 확확 뒤바뀌는 캐릭터 변화는 연기귀신과 악수라도 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역시 나문희 선생님'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터진다. 영화 전반을 이끄는 이희준은 감초 혹은 신스틸러가 아닌 주연배우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버럭버럭 지르는 소리가 반, 그럼에도 장착하고 있는 붉어진 눈시울로 캐릭터의 성격을 한 눈에 파악하게 만드는 이희준은 사회생활 만랩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능청스러움과 감춰지지 않는 지질함을 바탕으로 상황과 사람에 따라 또 다른 내가 나타나기 마련인 변화무쌍 인간상을 두원 캐릭터에 모두 녹여냈다. 지극히 현실적인 생활연기를 더 현실적으로 꾸며낸 이희준은 아들이자 아버지, 또 직장 내 구성원으로 같지만 미묘하게 다른 얼굴들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배우들의 얼굴이 서사요, 연기가 개연성이다. 그 어떤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져도 누구도 이길 수 없는 부모의 내리사랑을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점, 가족의 존재 가치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메시지는 합격점이다.
신의 악 수: 예상 밖 스토리로 흘러간다는 것이 썩 좋은 반응일 수만은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래, 어느 산으로까지 가나 보자'를 두고 영화와 관객이 기싸움을 하게 만든다 녹다운은 관객 몫. 영화가 이긴다.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의 무한 반복이다. 단순하고, 당연히 예상 가능한 반전 속에서 나름 야심차게 하나씩 꺼내드는 히든카드가 대부분 끼워 맞추기 혹은 짜집기의 향기를 물씬 풍긴다. 치매, 뺑소니 등 사회적 문제를 마냥 심각하게 다루며 영화적 소재로 활용하기보다는, 현실과 밀접한 우리의 이야기로 풀어낸 시도가 나쁘지는 않지만 조금은 가볍게만 느껴지는 것도 사실. '나쁘지 않다'는건, '좋다'고 확답할 수 없을 때 꺼내는 카드라는걸 이젠 모두가 눈치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