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유일의 군팀 상주 상무는 다른 팀이 하지 않는 고민과 매년 맞닥뜨린다. 군팀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전역' 변수에 대한 고민이다.
상주는 올 시즌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17라운드가 끝난 뒤 주축으로 뛰던 여섯 명의 선수와 이별했다. 16경기에 나서 7골 5도움으로 득점 6위에 오른 강상우(27·포항)를 필두로 류승우, 이찬동, 진성욱(이상 27·제주 유나이티드), 김대중(28·인천 유나이티드), 한석종(28·수원 삼성) 등 11기 6명이 전역했다.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현대가' 울산 현대(승점45), 전북 현대(승점41)에 이어 상주가 3위(승점31)를 지킬 수 있었던 데는 이들의 활약이 컸다.
하지만 18라운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전역 변수는 불가항력. 지금까지 보여준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신병'들의 활약이 절실했다. 김태완(49) 감독은 '예비역'들이 빠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찍부터 실험에 착수했다. 선발 8명을 바꾼 채 치른 17라운드 전북전이 대표적이었다. 이찬동과 권경원(28), 골키퍼 이창근(27)을 제외하고 선수 명단을 모두 바꿔 파격적으로 전술 시험에 나섰다. 6명의 교체 선수들도 14기 신병들로 꾸렸다. 이 경기에서 상주는 1-2로 패했지만, 오현규(19)과 강지훈(23) 등 '신병'들의 가능성을 봤다.
자신감을 얻은 상주는 전역자들 없이 치른 18라운드 인천전에서 3-1로 완승, 2연패에서 탈출했다. 선봉에는 친정팀 인천을 맞아 스피드와 노련함을 무기로 맹활약을 펼친 문선민(28)이 있었다. 선임들이 전역한 뒤 상주의 '에이스' 역할을 넘겨받아 팀을 이끄는 위치가 된 문선민은 2도움을 기록하며 김태완 감독을 활짝 웃게 했다. 문선민은 이날 두 개의 도움뿐만 아니라 김민혁(28)의 추가 골에도 관여하며 상주가 넣은 세 골에 모두 힘을 보탰다.
전북전 프로 데뷔골에 이어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린 오현규의 존재감도 뛰어났다. 지난해 1월 고교생 신분으로 수원과 계약해 프로 데뷔 후 11경기 출전 무득점에 그쳤던 오현규는 상주에서 2경기 2골을 기록하며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태완 감독도 "오현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대할 만한 선수"라며 믿음을 보였다. 오현규는 "오로지 축구만 생각하고,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에 상주로 오게 됐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다. 도움을 주시는 선임들 덕분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태완 감독의 고민을 덜어준 또다른 선수는 신병 정재희(26)다. 입대 전까지 전남 드래곤즈 소속으로 지난해 K리그2 도움왕에 올랐던 정재희는 인천전에서 K리그1 데뷔골을 터뜨리며 눈도장을 찍었다. "득점으로 팀에 보탬이 된 것 같아서 기쁘다"고 간결한 소감을 전한 정재희는 "그동안 K리그2에서만 뛰어 K리그1 팬들은 나를 잘 모르실 것이다. K리그 팬들이 많이 알 수 있도록 기량을 펼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들이 아무리 좋은 활약을 펼쳐도 상주의 강등은 피할 수 없다. 연고지 협약 종료로 인해 상주는 내년부터 김천 상무로 K리그2(2부 리그)에서 다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즌 초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순위표 상단을 지킨 상주의 저력은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가도 꺾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