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86년 해태에서 코치를 맡은 뒤 1990년 쌍방울 초대 감독을 지내냈다. 이후 OB(현 두산)와 한화를 거쳤다. 또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프리미어12,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사령탑,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선 코치를 맡았다.
KBO리그와 여러 국제대회를 경험한 바, 우리 심판들의 기량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WBC는 메이저리그(MLB) 심판이 주축이 되고, 한국과 일본의 프로 심판도 일부 참여한다. 프리미어12는 마이너리그 트리플A 심판이 나선다. 올림픽이나 아시아 국가가 주최하는 대회는 주로 아마추어 심판이 나왔다.
물론 KBO리그 심판들의 약점도 있다. 하프스윙 판정이 아쉽고, 또 스트라이크존이 MLB보다 넓은 편이다. 그렇지만 외부에서 말하는 "한국 심판의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는 평가는 결코 맞지 않다. 심판이 KBO리그의 발전에 기여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MLB에서도 희대의 오심으로 대기록이 물거품 된 적 있다. 2010년 6월 2일 디트로이트 투수 아만도 갈라라가는 클리블랜드와의 경기에서 9회 2사까지 퍼펙트게임을 하고 있었다. 27번째 타자 제이슨 도널드를 1루 쪽 땅볼로 유도한 그는 베이스 커버를 들어갔다. 1루수 미겔 카브레라가 토스한 공을 잡은 갈라라가는 도널드보다 먼저 1루를 밟았다.
하지만 짐 조이스 1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느린 화면으로 봐도 아웃이 너무 명백했다. 타자주자 도널드조차 판정 이후 믿을 수 없다는 듯 양손을 머리에 얹었다. 갈라라가는 이날 88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무4사구 완봉승으로 투구를 마쳤다. MLB 사무국은 이듬해 비디오 판독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이후 비디오 판독의 도입으로 심판들의 판정 부담이 조금 줄었다.
KBO리그에서도 8월 22일 고척 경기(키움 이정후의 플라이를 KIA 김호령이 잡았으나 안타로 판정) 같은 오심이 발생한다.
감독들은 비디오 판독 신청 횟수가 2회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 역시 감독의 운영 능력에 포함될 수 있다. 섣불리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느라 정작 중요한 경기 후반부에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물론 오심이 없어야겠지만, 심판도 사람이다. 찰나의 순간 아웃과 세이프가 갈리는 상황에서 모든 판정을 정확하게 내릴 순 없다. 감독들이 무조건 비디오 판독 요청 횟수를 늘려야 한다고 해선 안 된다.
심판의 노력도 필요하다. 경기 종료 후 느린 화면을 통해 볼 판정을 다시 연구해야 한다. 비디오 판독으로 원심이 뒤집힌 경우도 챙겨 봐야 한다. 판정을 더 잘하기 위한 노력과 연구가 뒤따라야 심판에 대한 불신을 줄일 수 있다.
현재 퓨처스(2군)리그에선 일부 경기를 대상으로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로봇심판)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스트라이크와 볼을 정확하게 판정하나, 그동안의 야구와 달리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 어찌 됐든 로봇 심판의 확대되면 심판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게 된다. 그래서 심판들이 더 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