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9억원 대를 넘나드는 가운데 5년 전 개정한 현행 부동산 중개 수수료 요율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가 급변한 국내 주택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이사를 하는데 수천만 원에 달하는 중개 수수료를 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계속되자 각종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 깎는 기술' 등을 적은 게시글이 인기를 끌 지경이다.
중개 수수료 깎는 '스킬'을 아시나요
최근 서울 용산구에 집을 매수한 A 씨는 "부동산에서 중개수수료 0.9%라고 잘라 말해서 다 냈다. 14억원가량의 집이라 수수료만 1000만원 이상이더라. 여기에 기존 집을 매도하면서 또다시 800만원 대의 수수료를 또 냈다. 부동산 중개수수료만 차 한 대 가격에 달한다"고 한숨 쉬었다.
A 씨는 자신이 정보 부족과 어수룩한 태도 때문에 바가지를 썼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원래 9억원 이상의 집은 중개 수수료도 협의가 가능한데 내가 이 부분을 잘 몰랐다. 공인중개사도 그런 말은 쏙 뺐다"며 "부동산에서 해준 게 사실 별로 없다고 본다. 등기 하나 쳐주는 것 말고 뭐가 있나. 부동산 카페에서는 중개수수료를 모두 다 내는 것은 '호구'라고들 하더라. 입맛이 쓰다"고 했다.
비단 A 씨뿐만이 아니다. 최근 이사한 B 씨는 "강남쪽 집값이 더 오른다고 해서 다른 지역 매물을 샀다. '패닉 바잉' 중 하나가 나"라며 "지금은 사실 '매도자 우위'의 시장 아닌가.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깎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동산 업자들은 도대체 양쪽에서 얼마를 받아가는 것인가"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유명 온라인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이른바 '중개 수수료 깎는 법' 등의 글이 인기 글이 됐다.
이 카페의 한 회원은 급매가 아닌 일반 매물을 사들일 때 중개 수수료를 깎는 법을 설명하면서 "매수 시 매도인 계좌번호를 먼저 달라고 해라. 공인중개사가 '입금했느냐'고 연락이 오면 매수할 집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고민하는 척해라. 중개사가 설득이 들어오면 '중개비를 000만원으로 하면 계약 진행한다고 해라. 그러면 대부분 조금이라도 수수료를 깎아준다"고 썼다. 이 회원은 "말 몇 마디와 타이밍만 알면 돈 절약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회원은 매도자가 중개 수수료를 할인받는 노하우를 전하면서 "판매 액수에 따라 중개 수수료를 미리 협의하면 도움이 된다. '얼마에 팔아주면 몇 퍼센트 주겠다' 식으로 수수료를 깎지 말고 매물을 깎으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너무 비싼 서울 부동산 중개 수수료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국토부의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과 각 시·도별 주택 중개보수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결정된다. 서울의 경우 2억에서 6억원의 주택을 매입하면 거래 금액의 0.4%, 6억에서 9억원까지는 0.5% 이내에서 중개수수료로 내야 한다. 주택이 9억원 이상일 땐 중개수수료율이 0.9% 이내로 크게 뛴다.
가령 5억원짜리 집을 살 때는 중계수수료가 200만원까지 내야 하지만 10억원 짜리 집을 살 때는 900만원까지 내야 한다. 집값은 두 배 올랐지만, 중개수수료는 네 배가 넘게 오르는 셈이다.
중개 수수료율 개편이 있었던 2015년만 해도 9억원 이상의 주택은 '고가로 분류'됐다. 고가의 주택을 매입하는 만큼 그만한 수수료를 낼 여력이 있다고 판단됐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맷값과 중위가격이 모두 9억원을 넘기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서울에서 웬만한 집은 대부분 9억원 이상이라서 '고가'라는 공식 자체가 사실상 무너져버린 상황이다. 서울시의 경우 9억원 이상 매매 시 집값의 0.9% 이내에서 중개업자와 '협의해' 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 이들에게 0.9%를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는 전세 계약에 따른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매매를 역전하는 사례도 나온다. 임대차 거래는 주택이 6억원 이상이면 0.8%, 3억~6억원 미만이면 0.4%, 1억~3억원 미만이면 0.3%의 상한 요율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7억원짜리 집 매매 시 최고 수수료가 350만원이지만, 똑같은 7억원짜리 전세는 최고 수수료가 560만원이다. 이는 강동구 고덕동, 노원구 중계동, 강남구 대치동 등 이른바 '학군'이 좋은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는 일시적 이전 수요가 높아 전셋값이 매매 가격을 추월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치솟는 집∙전세 가격에 중개인만 웃는다?
소비자들은 5년 전 개정했던 중개 수수료를 다시 손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9억2787만원이었다. 경기도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3억9354만원)보다 5억3433만원이 높았다. 최근 서울에 9억원 이상 집은 부동산 중개 수수료 개편이 있었던 2015년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당정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 송언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부동산 중개 수수료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다. 고민을 같이 해보겠다"며 중개수수료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부동산 중개인들은 정치권의 수수료율 개편 움직임에 반발한다. 현실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서울 노원구의 부동산중개업자는 "취업 문이 높아지면서 부동산 개업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이 자주 바뀌면서 매매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매물 잠김' 현상도 있고, 전세 물건도 줄었다. 0.9% 수수료를 모두 챙겨가서 돈을 버는 부동산은 강남이나 요즘 뜬다는 '마용성(마포∙용산∙성수) 등지에 한정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서울시 전체의 아파트 매매에 따르면 6월 1만5000여건, 7월 1만여건에서 8월 들어 2367건으로 전달 대비 77%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다시 조명을 받는 것은 계속 오르는 집값 때문이라고 본다.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9억~10억원에 이르다 보니 중개수수료가 부담을 느끼는 수순까지 도달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단순중개만 하는 경우와 세무상담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을 분리해 수수료율도 차등 적용해야 한다"며 전반적 체질개선과 서비스 품질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