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키움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8월 29일 이후 치른 8경기 성적이 3승 5패다. 지난 주말 KT와의 홈 2연전을 모두 패해 시즌 3연패 늪에 빠졌다. 한때 선두 NC를 0.5게임 차로 바짝 뒤쫓으며 위협했지만 거듭된 패배 여파로 LG에 2위 자리까지 내줬다.
하락세의 가장 큰 이유는 부상이다. 아픈 선수가 너무 많다. 투타를 가리지 않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선발진에는 '부상 바이러스'가 돌고 있다.
외국인 원투펀치 제이크 브리검과 에릭 요키시가 각각 팔꿈치와 어깨 문제로 두 번씩 선발 로테이션을 이탈했다. 부상과 복귀를 반복하니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힘들다. 브리검은 5일 고척KT전에서 4⅓이닝 7피안타(1피홈런) 6실점 패전 투수가 됐다. 이튿날 열린 KT전에 등판한 요키시는 부상 복귀전을 2이닝 4실점으로 망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선발 최원태, 4선발 이승호는 현재 어깨 재활 훈련 중이다. 지난해 정규시즌 19승을 합작한 두 선수가 8월 말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선발진에 초비상이 걸렸다. 손혁 키움 감독은 김재웅, 조영건, 김태훈 등 구위가 좋은 불펜 투수를 '대체' 선발로 활용 중이다. 그런데 임시방편에 가깝다. '대체' 선발로 호투하더라도 불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하나 줄어드는 셈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다. 한 두 경기가 아닌 시즌 내내 '임시' 선발 체제로 운영되니 불펜에 계속 부하가 걸린다.
타선 상황도 비슷하다. 4번 타자 박병호가 장기 이탈 중이다. 지난달 19일 창원 NC전에서 배재환이 던진 공에 왼손등을 맞은 박병호는 정밀검진에서 미세 골절이 발견돼 전열에서 이탈했다. 박병호는 부상 전까지 8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29를 기록했다.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 모습이었지만 홈런 20개를 때려내며 변함없는 힘을 과시했다. 타석에 들어섰을 때 투수가 느끼는 중압감은 겉으로 드러난 기록 그 이상이었다. 손혁 감독은 6일 KT전에 앞서 "박병호는 9월 말에나 복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키움은 외야수 박준태도 재활 훈련 과정을 밟고 있다. 발목 상태가 좋지 않은 박준태는 지난달 27일 1군에서 제외됐다. 지난 2월 트레이드로 키움에 합류한 뒤 올 시즌 1군에서 출루율 0.404를 기록했다. 타율이 0.245로 낮지만, 수준급 선구안을 앞세워 출루 능력을 보여줬다. 9번에서 상위 타순으로 찬스를 연결하는 역할을 잘 수행했다. 그러나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키움은 박준태가 이탈한 뒤 소화한 10경기 9번 타순 출루율이 0.316으로 리그 7위다.
외야수 임병욱은 아예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난 5월 16일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임병욱은 8월 18일에야 복귀했다. 그런데 1군 재등록 이틀 만에 같은 부위를 다쳐 재활군으로 내려갔다. 이밖에 키움은 불펜 필승조 안우진(허리), 1군 백업 외야수 박정음(발목)도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손혁 키움 감독은 팀이 위기라는 걸 잘 안다. 손 감독은 "빠져나간 선수보다 기간이 남아있긴 하지만…돌아올 선수가 있다. 잘 버텨야 한다. 대체 선발을 한 주에 두 번은 계속해야 한다. 불펜을 잘 관리하고 부상 선수가 더는 나오지 않게 서로서로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부상은 얘기하고 오는 게 아니다. 시즌이 길어지면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고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어 잘 조절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