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뚫고 만났다. 어려운 시기,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조심스럽지만 그럼에도 관객들에게 작게나마 웃음과 감동, 위로를 선사하고 있는 영화 '오! 문희' 그리고 이희준이다. '오! 문희'를 통해 스크린 첫 주연 신고식을 치른 이희준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현장을 회상하며 "끌고 버텼다"는 솔직한 속내를 토로했다. 날 밤이 새도록 눈물을 흘리고, 같은 대사를 30번 넘게 반복한 과정은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배우 이희준의 애정이자 책임감이었다.
코로나19 여파는 이희준 개인에게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는 후문. 상반기 '보고타' 해외촬영이 잠정 중단되면서 반 강제로 입국해야 했던 이희준은 "사실 그 때 이후로 수입이 없다. 대신 육아 휴직을 선물받은 것 같다. 힘들고 여럽지만 바빴다면 볼 수 없었을 아이의 성장을 함께 할 수 있어 좋다. 이 세상 모든 부모님들을 존경한다"며 8개월 차 초보 아빠로서 남다른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매일 아침 108배를 통해 스스로를 다스린다는 이희준. 오랜시간 믿고보는 배우로 존재감을 떨치고 있는 이희준 에너지의 원동력이자 저력이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남산의 부장들'과 전혀 다른 이미지의 캐릭터라 스트레스가 덜 했을 것 같기도 한데. "근데 '남산의 부장들'이 오히려 전혀 스트레스가 없었다. 연기하는 순간 순간들이 신났다. 이병헌·곽도원·이성민 선배들 모두 내가 어떻게 하든 받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 믿고 존경하고 있었던 터라 현장은 긴장된 놀이터 같았다."
-악역과 선한역을 모두 소화하는 배우다. "둘 다 재미있는데, 악역을 연기할 때 쾌감은 조금 더 있다. 평소에는 욕하고 싶어도 참는 경우가 많지 않나. 연기로나마 시원하게 욕할 수 있어 좋다.(웃음)"
-영화에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진짜 많이 울었다. 계속 눈에 눈물이 고여있는 느낌이었다.(웃음) 이동하는 차 안에서 판타지처럼 딸 봄이랑 강아지 앵두랑 아내까지 다 함께 보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신이 즐거우면서도 굉장히 슬펐다. 그리고 가장 어려웠던 눈물신은 뺑소니범을 찾았다며 그 집 앞에서 벨을 누르려다 주저앉아 우는 장면이었다. 대본에는 '오열'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오열이 안되더라. 한 14번쯤 연기하고도 눈물이 안나서 그날 촬영은 결국 접었다. 근데 도저히 그냥은 잘 수 없겠더라. 결국 편집기사님 방으로 찾아가 '14 테이크를 다시 보고 싶다'고 요청했고 다 확인하고 겨우 잠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논두렁 액션도 고생했을 것 같다. "맞다. 한 겨울이었다. 논두렁 바닥을 구르는데 정말 차가웠고 추웠다. 진흙 촬영에 피부염도 생기고 후폭풍이 좀 있었다."
-최면술 장면은 관객들을 빵 터지게 했다. 또 하나의 명장면으로 남을 것 같은데. "많이들 아시겠지만 선생님이 되게 소녀소녀하시지 않나. 방귀를 퐁 뀌어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선생님이 그걸 굉장히 어렵고 민망해 하시더라. 옆에서 따로 소리만 냈는데도 막 부끄럽고 못견뎌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소녀시구나' 싶었다"
-나문희와 호흡은 어땠나. 서로 의지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선생님께는 감사한 점이 많다. 선생님은 같이 연습하거나 리허설 할 때 느끼신 부분을 '이러면 좋을 것 같은데'라고 바로 말씀 하시는 편이다. 난 평소에도 그런 선배님이 고맙고 편하다. 한번은 '희준 씨, 요거보다 맛있게 해봐요!'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맛있게요?'라고 답하면서도 '저게 무슨 뜻이지?' 싶었다. '엄니!'라고 했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엄니~'라면서 수정을 해주시더라. 그게 잘 안돼 '엄니' 대사만 30번을 했다. 그게 불편하다기 보단 고마웠다. '선생님 눈에는 보이는 것이고, 그걸 어떻게든 알려주고 싶어서 말씀 하시는 거구나' 생각했다."
-스스로에게 답답함을 느끼진 않았나. "선생님이 하는 말씀을 잘 들으며 응용해 보려고 애썼다. 선생님이 딱 요구하실 때 한번에 되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되니까 아쉽기도 했다. 속상할 때도 있었지만 점점 마음이 편해졌고, 사이좋게 잘 끝마칠 수 있었다. "
-강아지 앵자도 영화의 주역이다. "촬영을 할 땐 다시는 동물과 연기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는데(웃음) 또 강아지와 연기하게 될 것 같다. 곧 촬영 시작하는 영화가 동물과 계속 함께 하는 역할이다. 강아지를 안고 있어야 한다. 평소에 강아지 고양이를 너무 사랑하고 좋아하는데 촬영은 확실히 다르더라. 아마 동물들에게도 힘든 작업이 아닐까 싶다."
-가벼운 질문으로 극중 상황처럼 최측근에게 뒤통수 맞은 경험이 있나. "있다. 물론 있다. 생각해보니까 있다. 다들 있지 않나? 하하하. 그 사연을 말씀 드리긴 좀 그렇지만 확실히 있다.(웃음) 현장에서 여러가지로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았는데 (최)원영이 형이 오는 날은 늘 신났다. 진짜 좋은 사람이다. 형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