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2차 감염 확산으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배달의민족(배민)’ 등 배달 앱 수요가 어김없이 급증했다. 이에 치킨 박스 등의 백판지 포장 수요도 덩달아 늘면서 제지업체가 미소 짓고 있다.
13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국내 배달 앱(안드로이드 OS 기준) 사용량을 분석한 결과, ‘배달’ 카테고리 앱의 월간 사용자 수(MAU)는 지난해 8월 1058만4651명에서 올해 8월 1322만1554명으로 약 25%(263만6903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위 업체인 배민이 올해 8월 MAU 1066만539명을 기록하면서 2위인 요기요(531만2477명)와의 격차를 2배 이상 벌렸고, 쿠팡이츠(74만8322명), 배달통(27만2757명), 위메프오(17만5414명)가 뒤를 이었다.
이에 8월 배달앱의 월 결제액은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앱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8월 주요 배달 앱 ‘배민’과 ‘요기요’ ‘배달통’의 결제금액이 1조2050억원이었고, 결제자 수는 1604만명으로 추정됐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3월 결제금액 1조82억원보다 높은 수치였다.
이에 인쇄용지 사용 감소로 사양산업의 하나로 인식되던 제지업이 때아닌 수혜 업종으로 떠오른 모습이다. 배달음식 수요와 함께 온라인 소비 자체가 증가하며 택배·배달에 필요한 골판지·포장지 등의 생산량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지업계 선두기업인 한솔제지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744억원, 50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317억원, 344억원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률도 5.2%에서 9.6%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백판지업계 2위인 깨끗한나라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362억원)과 당기순이익(252억원)은 모두 흑자로 돌아섰다. 깨끗한나라는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108억원 적자에, 당기순이익도 249억원 적자였다. 또 백판지 업체 세하는 1분기 영업이익 54억원을 낸 데 이어 2분기도 71억원을 기록해 증가 추세를 보였다.
한솔제지의 백판지 생산 규모는 연간 71만t으로 국내에서 40%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2위 깨끗한나라가 26%, 3위 세하가 14%를 차지하고 있다. 백판지란 과자 상자나 화장품 상자처럼 주로 제품 포장에 사용되는 종이를 말한다.
이런 기대감은 주가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백판지 판매 비중이 86.9%에 달하는 세하는 정부가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한 지난 8월 19일 다음 날부터 지난 11일까지 27.1% 상승했다. 같은 기간 깨끗한나라는 18.7% 올랐고, 한솔제지는 5.0% 상승했다.
이에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솔제지는 2015년 이후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주가가 오르지 못하고 있다”며 “성장성이 높지 않고 향후 기대감이 적지만 정도가 지나친 편”이라고 진단했다.
제지업체는 중국 정부의 폐지 수입 제한 영향에 이어 배달·택배 물량의 증가로 뚜렷한 호실적을 내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이 2018년부터 환경 보호를 이유로 박스 원료인 폐지 수입을 제한하면서 한국에 폐지 재고가 늘어나 폐지 가격이 폭락했고, 제지업체는 원재료 비용 부담이 줄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김두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대면(언택트) 환경으로 택배 및 음식 포장지에 사용되는 골판지와 백판지를 생산하는 업체들의 실적이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추석 성수기 등을 감안 시 백판지 업체들의 3분기 실적은 상반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