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가 다시 코트 문을 연다. 코로나19 여파로 2019~20시즌이 3월 조기 종료된 지 6개월 만이다. 지난달 서머 매치도 취소됐던 프로농구는 20~27일 KBL 컵대회로 팁오프한다. 미국 프로농구(NBA)가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모여 경기한 것처럼, 컵대회는 전북 군산 월명체육관에서 진행한다. 다음 달 개막하는 2020~21시즌 전초전이다.
새 외국인 선수가 첫선을 보인다.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울산 현대모비스 숀 롱(27·미국)이다. 그는 2016~17년 NBA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 휴스턴 로키츠에서 뛰었다. 중국과 뉴질랜드를 거쳤고, 호주에서 뛰던 지난 시즌에는 리그 리바운드 1위(9.4개)를 차지했다. 키 2m8㎝, 윙 스팬(양팔 벌린 길이) 2m16㎝인데다, 빅맨인데 날렵하다. 블록슛에 성공하면 야수처럼 포효한다.
17일 경기 용인의 현대모비스 훈련장에서 롱을 만났다. 그는 자신이 ‘the beast’(야수)라 불린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에서 시작해 호주까지 이어진 별명이다. 경기 스타일이 야수 같아서다. 페인트 존에서 피하지 않는다. 내 농구 인생 모토도 ‘Feed the beast’(야수에게 먹이를 줘라)”라고 말했다. 자기 자신을 자극해 내재한 본능을 끌어낸다는 의미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롱은 영리하게 플레이하고 승부욕이 엄청나다. 동료가 벤치 프레스를 많이 들면, 야간훈련을 자청해 무게를 올린다. 지난주 발목을 다쳐 붓기가 남았는데도 연습 경기를 뛰겠다고 우겨서 간신히 말렸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여러 팀이 롱을 영입하려고 애썼지만, 무산됐다. 코로나19가 한국행 계기가 됐다. 호주리그는 연봉을 삭감했다. 한국은 안전한 데다 급여도 제때 준다. 롱은 외국인 최고 연봉인 48만달러(5억6700만원)를 받는다. 롱은 “현대모비스는 7회 우승팀이다. 프로 우승 경력이 없는데, 이기고 싶어서 왔다. 뉴스를 보며 ‘한국이 코로나19 대처를 잘한다’라고도 생각했다. 가족이 ‘아빠가 꿈을 이루러 간다’며 응원해줬다”고 전했다. 8살과 2살 아이가 미국에 있고, 내년에 쌍둥이도 생긴다.
지난달 입국한 롱은 구단이 제공한 아파트에서 2주간 자가격리했다. 롱은 “감옥 같았다. 일주일 뒤 나 자신과 대화도 했다. 실내자전거만 있어 제일 무거운 덤벨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자가격리 외국인 선수는 대개 배달음식을 먹는다. 직접 요리해 먹었다는 롱은 “운동량이 부족해 음식으로 몸을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숀 롱은 필라델피아 시절 18경기에 출전해 평균 8.2점, 4.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는 “시카고 불스를 상대로 선발 출전해 좋은 경기를 했다. 르브론 제임스를 상대한 것도 영광이었다. 어디서든 리바운드는 1위를 했다. 필라델피아에서도 공격 리바운드 1위였다”고 소개했다.
올 시즌 KBL에서 뛰는 NBA 출신 선수는 8명이다. 기존 자밀 워니(서울 SK)에, 얼 클락(안양 KGC인삼공사), 마커스 데릭슨(부산 KT), 아이제아 힉스(서울 삼성), 제프 위디(고양 오리온), 타일러 데이비스(전주 KCC), 헨리 심스(인천 전자랜드)가 가세했다. KGC 클락은 LA 레이커스 등에서 7시즌을 뛰었다. 롱은 “NBA 출신과 친분은 없지만 재밌을 것 같다. 경쟁심이 생겨 좋은 경기를 보여줄 것 같다”고 말했다. 키 2m대 외국인 선수는 17명이다.
현대모비스는 롱과 장재석·이종현·함지훈 등이 ‘빅 라인업’을 구축한다. 롱은 “빅리(이종현), 크리스(장재석), 함지(함지훈)가 모두 희생하며 팀워크를 위해 뛴다. 농구 안 한 지 5개월이다. 하루 빨리 경쟁 팀과 5대5 게임으로 내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