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의 바통을 넘겨받은 LG의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31)는 팀이 어려울 때 빛난다. 진정한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LG는 지난 15일 대전 한화전에서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6회 초까지 5-0으로 앞서다가 연장 10회 말 끝내기 몸에 맞는 공을 내줘 5-6으로 져 4연패에 빠졌다. 그리고 4위로 떨어졌다.
LG를 구해낸 건 켈리였다. 다음날(16일)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팀의 11-5 승리를 견인했다. 개인 최근 3연승을 달렸고, 팀의 4연패를 끊어냈다. 만일 LG가 이 경기에서 졌다면 공동 4위로 떨어질 뻔했다. 상위권 팀 간 격차가 크지 않지만, 심리적 압박감과 부담감을 훨씬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켈리의 호투가 더욱 값졌던 이유다.
켈리는 지난해 14승 12패 평균자책점 2.55를 올리며 윌슨과 함께 복덩이로 활약했다.
KBO리그 두 번째 시즌을 맞는 켈리의 올해 출발은 별로 안 좋았다. 시즌 첫 선발 등판이던 5월 10일 NC전에서 2이닝 6실점을 했다. 5월 2승을 올렸지만 평균자책점은 4.05였다. 6월에는 1승 3패 평균자책점 5.81로 더 나빴다. 타일러 윌슨과 차우찬까지 1~3선발이 모두 부진했다. 다행히도 LG는 임찬규와 정찬헌, 이민호 등 4~5선발진의 활약으로 버텼다.
류중일 LG 감독은 켈리와 윌슨의 예상외 부진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컨디션 난조로 점쳤다. LG의 외국인 삼총사는 일본 오키나와 캠프 종료 후 미국으로 돌아가 지내다가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지자 들어왔다. KBO의 권고 속에 2주간의 자가 격리를 거쳐 컨디션 조절이 여의치 않았다는 의미다.
켈리는 7월 이후 든든한 모습이다. 총 13차례 등판에서 7승 4패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했다. 이 기간만 놓고 보면 두산 라울 알칸타라(2.06)에 이어 평균자책점 2위다. 선발 투수를 평가하는 기록인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도 11회로, 전체 등판의 85%를 차지한다. 평균자책점도 7월(3.38) 8월(2.25) 9월(1.50) 점점 좋아지고 있다. 켈리는 후반기 LG를 넘어 리그 최고의 에이스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시즌 성적은 10승 7패 평균자책점 3.66이다.
이제는 LG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년간 에이스로 활약한 윌슨이 올 시즌 구속 저하 속에 9승 7패 평균자책점 4.26으로 부진하기 때문이다. 17일 롯데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앞선 3경기에선 평균자책점이 8.50에 달한다. 차우찬이 두 달 가까이 부상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고, 윌슨마저 부진한 상황에서 켈리가 LG 선발진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지난해 가을야구에서도 에이스로 군림했다. LG가 정규시즌 4위로 가을 무대에 오른 지난해, 그는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선발 투수로 낙점됐다. 류중일 감독은 상대 전적과 퀵 모션 등을 감안해 윌슨이 아닌 켈리를 점찍었고, 켈리는 6⅔이닝 1실점으로 팀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LG는 지난해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이를 위해선 에이스의 활약이 더욱 절실한 때다. 켈리는 팀이 필요할 때 연패를 끊어주며 분위기 반전을 이끌며, 팀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LG는 에이스 바통을 넘겨받은 켈리가 지난해 가을야구(평균자책점 2.13)에서 보여준 모습을 재현하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