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막판, 순위 경쟁 '최대' 변수는 마운드다. 특히 불펜 운영은 올 시즌 유독 자주 거론되는 '승부처' 좌우 요인이다. 통상적으로 그렇다.
그러나 김태형 두산 감독의 고민은 마운드가 아니다. 젊은 선수들이 분전하고 있는 마운드는 "괜찮다"고 말한다. 팀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주축 타선이 동반 침체 중이다. 김 감독은 최근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나선 지도자다. 타선, 타자의 사이클은 으레 굴곡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전에 없던 동반 하락이 신경쓰인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오재일-김재환-최주환으로 이어지는 좌타 라인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KT에 0-3으로 패한 17일 수원 KT전도 이 라인에서 연속 안타가 나오지 않았다. 페르난데스와 최주환는 1안타, 다른 두 타자는 무안타다. 이번 주 치른 3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네 타자 모두 2할 타율도 기록하지 못했다. 오재일은 11타수 무안타.
두산은 17일 패전으로 1156일 만에 5위로 떨어졌다. 매년 우승 후보로 여겨지는 팀이다. 부상자가 많았고, 마운드 전력 정상화도 더뎠다. 그나마 시즌 초, 중반에는 좌타 라인의 무게감과 득점 응집력을 앞세워 승수 쟁탈전에서 밀리지 않았다. 그러나 전에 없던 동반 침체다.
김태형 감독도 "4명 중에 2명이 안 맞으면 다른 2명이라고 맞아야 한다. 다 막히면서 공격을 풀어가기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굳이 언급하지 않았을 것. 개별 타격 밸런스 회복이 바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엿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주전 중견수 박건우는 무릎 통증이 있고, 3루수 허경민은 수비 도중 타구에 손등을 맞는 부상을 당했다. 우타 라인 컨디션도 좋은 편이 아니다. 마운드 젊은 투수들은 분명히 분전하고 있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하다. 안그래도 치열하던 순위 경쟁인데, 5위로 밀린 탓에 압박이 커질 수 있다.
낯선 순위에 올라 있지만, 여전히 팀 3위 경쟁 중이다. 1위도 넘볼 수 있다. 그러나 6위로 떨어질 수도 있다. 현재 6위 KIA와 1.5게임 차다. 기회이자 위기다. 악재 극복은 결국 두산 좌타 라인 반등뿐이다. 남은 시즌 두산전을 보는 키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