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환은 올 시즌 52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4.07(42이닝 19자책점)을 기록했다. 19일까지 최소 40이닝 이상 소화한 불펜 투수 26명 중 16위로 중위권이다. 실점 자체가 적지 않다. 그런데 평균자책점에 드러나지 않은 '실점'도 꽤 많다.
배재환의 시즌 IRS(Inherited Runner Scored Percentage·기출루자 득점 허용률)는 44.4%(16/36)이다. IRS는 불펜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1루 주자와 3루 주자의 가치를 동일하게 평가한다는 맹점이 있지만 앞선 투수의 책임 주자를 얼마나 잘 막았느냐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만약 9회 말 2사 1, 2루에 등판해 2루 주자 득점을 허용하고 경기를 끝내면 실점은 앞선 투수의 몫이 돼 적시타를 맞은 투수는 오히려 평균자책점이 떨어진다. 하지만 IRS는 50%(1/2)로 그 흔적이 남는다. 평균자책점이 낮더라도 IRS가 높으면 '좋은 투수'라고 평가하기 힘들다.
올 시즌 KBO리그 평균 IRS는 36.1%이다. NC는 30.7%로 리그 최저다. 김건태(7.7%), 임창민(21.4%), 원종현(17.9%), 임정호(21.6%)의 IRS 수치는 우려할 정도가 아니지만, 배재환은 다르다. 이어받은 주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득점한다. 호출도 잦다. 리그에서 IR(기출루자)이 36명으로 정우영(LG·39명), 박민호(SK·37명) 다음으로 많다. 그만큼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를 자주 밟는데 위기관리가 되지 않으니 등판마다 불안하다.
배재환은 장점이 많은 투수다. KBO 공식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배재환은 올 시즌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53㎞까지 찍혔다. 전년 대비 4㎞/h가 빨라졌다. 직구 평균 구속도 웬만한 투수 최고 구속에 버금가는 시속 147㎞이다. 지난해에는 직구(55%), 슬라이더(27%), 포크볼(12%), 커브(6%)를 다양하게 섞었지만, 올해는 커브를 제외하고 직구(70%), 슬라이더(23%), 포크볼(7%) 딱 세 가지 구종으로 타자를 상대한다.
투구 레퍼토리를 콤팩트하게 가져가면서 속구에 힘이 붙었다.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불펜 투수의 특성상 자신 있는 구종 몇 가지로 타자를 상대하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슬라이더 구종 피안타율은 2019년과 올해 모두 1할대다.
문제는 제구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제구가 너무 크게 흔들린다. 올 시즌 9이닝당 볼넷이 무려 6.86개다. 지난해 5.13개보다 1개 이상 늘었다. 1군에 자리 잡은 2018년 기록한 개인 최다 6.25개를 넘어섰다. 지난 11일 창원 KT전에선 ⅓이닝 3볼넷으로 자멸했다. 등판한 52경기 중 13.5%인 7경기에서 멀티 볼넷을 내줬다. 절반에 가까운 24경기에서 최소 1개의 볼넷으로 허용했다. 시즌 스트라이크 비율이 58.4%. 최소 30이닝을 소화한 불펜 투수 54명 중 51위에 불과하다.
이동욱 NC 감독은 지난 13일 배재환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부진이 이유였다. 정확한 1군 복귀 날짜를 가늠하기 힘들다. 언제 복귀하느냐보다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느냐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