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뮬란'은 지난 20일까지 15만 2047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 후 나흘, 가장 화력이 좋은 첫 주말이 지났지만 겨우 15만 명 남짓이다. 디즈니라는 이름값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개봉 첫날과 이틀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논란에도 불구, 흥행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틀 천하에 그쳤다. 개봉 한 달이 다 돼가는 '테넷'에 바로 1위 자리를 내어줬다. 특히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테넷'에 지고 말았으니 흥행 성적이 좋을 리 없다.
'뮬란'은 용감하고 지혜로운 뮬란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여자임을 숨기고 잔인무도한 적들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병사가 되어, 역경과 고난에 맞서 위대한 전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다. 1998년 개봉한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디즈니 라이브 액션 영화다. 유역비와 공리 등 익숙한 중화권 스타들이 출연한다.
시작부터 삐걱댔다. 유역비가 홍콩 민주화 운동을 탄압한 홍콩 경찰을 지지하는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전 세계에 '뮬란' 불매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논란은 연일 터져 나왔다. 엔딩 크레딧에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투루판 공안국에게 감사를 표한다'는 글을 올라와 세간을 시끄럽게 했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는위구르인들을 탄압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디즈니는 이곳에서 '뮬란' 일부 장면을 촬영했다. 미국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이 이같은 논란에 관해 묻는 서한을 디즈니에 보내기도 했다. 또한, 동양에 대한 서양의 선입견이 일부 담겨 왜곡 논란도 일었다. 디즈니는 전 세대 한국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마블 스튜디오의 히어로물은 물론 '알라딘'과 '라이온킹' 등 라이브 액션 시리즈도 큰 사랑을 받았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영화판을 좌지우지하는 큰 손 디즈니이기에 새롭고 흥미로운, 또 전 세대를 아우르는 영화를 선보여왔다. 그렇기에 '뮬란'의 실패는 더욱 뼈아프다. 한국 등 일부 나라에서는 그나마 개봉이라도 성공했지만, 북미 등 국가에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OTT인 디즈니플러스로 직행했다. 심지어 중국 당국은 여러 논란으로 부담이 됐는지, 주요 언론사에 '뮬란'에 대한 보도 금지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는 '뮬란'이 야기한 문제를 인정했다. 크리스틴 매카시 디즈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촬영을 진행한 것은) 우리에게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며 "실제 촬영은 주로 뉴질랜드에서 이뤄졌고, 중국에서는 신장뿐 아니라 20여곳에서 진행했다. 엔딩 크레딧에서는 중국과 뉴질랜드를 모두 언급했다"고 말했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관객들은 논란에 얽힌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것이 영화 외의 논란이라 할지라도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뮬란' 또한 다르지 않다"며 "코로나19로 안 그래도 극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끊어졌는데, 논란이 많은 작품을 보기 위해 극장에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