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에서 기용할 수 있는 젊은 투수 발굴.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 2월 말 진행된 미야자키(일본) 스프링캠프 돌입을 앞두고 내세운 목표다.
두산은 전력이 가장 탄탄한 팀으로 평가됐다. 자리 주인도 확고했다. 오재원과 최주환이 있는 2루수 정도만 경합 포지션. 사령탑은 "경험이 많은 주전 선수들은 알아서 잘 준비한다"며 믿음을 드러냈다. 젊은 투수 발굴에 더 눈길을 둔 이유다. 1~2명만 찾아내도 성공적인 전지 훈련이 될 수 있다고 봤다.
6개월이 지난 현재, 두산은 소란스럽다.. 시즌 초, 중반까지는 상위권을 지켰다. 개막 선발 로테이션을 채운 5명 가운데 2명이 이탈했다. 이용찬은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은 타구에 발을 맞고 한 달 넘게 재활기를 가졌다. 주축 타자들도 번갈아 부상을 당하며 이탈했다.
디펜딩챔피언다운 저력으로 버텨냈다. 그러나 8월 중순 이후 4위로 밀렸다. 지난 15일 잠실 NC전 승리로 3위를 탈환했지만, 이후 4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6위까지 떨어졌다. 지난주까지 시즌 전적은 59승 4무 49패. 6위 KIA에 0.5게임 차 앞선 5위다.
두산 화력 '점화기' 좌타 라인이 침묵하고 있다.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다 보니, 이전에는 잘 뚫어내던 우 편향 수비 시프트에 번번이 막히고 있다. 악재도 추가됐다. 선발진 공백이 또 생겼다. 베테랑 좌완 투수 유희관이 만성 왼발목 염좌로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장기 이탈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 한 번은 로테이션에서 이탈한다.
위안은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 내세울 투수가 있다. 김태형 감독은 3년 차 우완 투수 김민규를 대체 선발로 낙점했다. 그는 이미 8월 22일 인천 SK전에서 공백이 생긴 로테이션 한 자리를 메운 경험이 있다. 데뷔 첫 선발 등판이었지만 씩씩하게 던졌다.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8일 뒤인 30일 잠실 LG전도 선발로 나서 4이닝 2실점 하며 분전했다.
유희관이 부상으로 이탈한 17일 수원 KT전에서도 2회 말 2사 1루에서 두산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5⅓이닝을 3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사실상 선발 역할을 해냈다. 김태형 감독도 김민규의 투구에 만족했다.
김민규는 미야자키, 국내 3차 캠프 연습 경기에서 13이닝을 소화했다. 불펜 투수 가운데 가장 많다. 김태형 감독과 투수 파트 코치진이 그를 눈여겨보고 성장을 유도하는 의미다. 시즌 준비 과정에서 팀의 부족한 점을 채우려 했던 노력이 순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기에 단비로 돌아온 것. 결과를 떠나 두산의 겨울과 봄은 분명히 성과가 있었다.
두산은 오는 27일 두산과 더블헤더를 치른다. 선발 투수 한 명이 더 필요하다. 이 자리는 박종기가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투수도 스프링캠프에서 두각을 드러낸 새 얼굴이다. 그도 대체 선발 경험이 있다. 이용찬이 이탈한 뒤 다섯 차례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커브 구사 능력이 돋보였다. 최원준이 5선발로 자리 잡은 뒤에는 2군으로 내려갔다. 8월 중순부터 3~4이닝을 소화하며 비상 상황을 대비했다.
두산은 다시 한번 선발진 운영이 꼬였다. 그러나 이미 대체 선발 경험이 있는 신예 투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순위 경쟁 정국 속에서 나서는 등판인 만큼 변수도 있다. 그러나 선수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