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한화의 시즌 2차전은 1박 2일에 걸쳐 진행됐다. 13일 두산이 4-3으로 앞선 3회 말 폭우로 인해 경기가 중단됐고, 서스펜디드 경기가 선언됐다. 선발 투수 유희관은 2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14일 재개된 경기는 홍건희가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박빙 승부는 9회 말 갈렸다. 데뷔 다섯 번째 경기에 출전한 내야수 노태형이 당시 두산 마무리 투수던 함덕주를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쳤다. 한화의 7-6 승리. 역대 한 시즌 최다 연패(19패) 오명을 쓸 위기던 한화가 극적으로 18연패를 끊어낸 순간이다.
한화의 역대급 연패는 상대하는 팀조차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두산전에서 '폭탄' 돌리기가 종료될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심지어 종전 33경기에서 한 번도 2연패를 당하지 않던 두산은 서스펜디드 경기 패전에 이어진 시리즈 3차전마저 2-3으로 졌다. 16~17일 이어진 삼성과의 주중 3연전 1~2차전 포함 4연패.
갑작스러운 부진 원인은 타선의 동반 침체다. 그러나 한화전 연패로 생긴 심리적 타격도 무시할 순 없었다. 두산은 그렇게 시즌 최약체 팀과의 첫 승부에서 최악의 결과를 얻었다.
이후 지난주까지 한화와 4경기를 더 치렀다. 7월 3~5일 3연전은 2승 1패를 거뒀다. 1차전 2-1 승, 2차전 2-6 패, 3차전 7-4 승. 압도적인 경기력 차이는 아니었다. 9월 1일 열린 2연전 첫 경기에서는 4-0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위기에서 다시 한번 발목이 잡혔다. 22일 대전 원정에서 1-5로 패했다. 선발 투수 크리스 플렉센이 0-1로 뒤진 4회 말 송광민에게 3점 홈런을 맞았다. 타선은 한화 선발 장시환을 상대로 6이닝 동안 1득점에 그쳤다.
2020시즌 한화전 4승 4패. 김태형 두산 감독은 한화전 두 번째 패전을 당한 7월 4일 경기 뒤 "경기를 하다 보면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다"고 했다. 실제로 그렇다. 강타자도 유독 약한 투수가 있다. 특정 팀 상대로 유독 꼬이는 상황이 많이 나올 때도 있다. 두산도 2018년 LG전에서 15승(1패)을 거뒀다.
특정 상대 징크스는 가능하다. 문제는 최하위 한화 상대 승수 확보가 순위 경쟁팀들보다 현저히 적다는 것이다. 현재 1~6위(NC, 키움, KT, LG, 두산, KIA) 중 한화전 승차 마진이 +6 이하인 팀은 두산뿐이다. NC와 키움은 10승 3패, KT와 LG는 각각 10승 4패와 11승 4패를 기록했다. 경기 수가 가장 적은 KIA는 7승 2패.
KT, LG는 그나마 한화와 1~2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반면 KIA는 5경기가 남았다. 물론 한화전 승리를 장담할 순 없다. 이강철 KT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경기력이 좋아진 한화를 만난다면 1승 1패 전략으로 가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한화는 지난주 일정에서 LG, 키움, KIA 모두 한 번씩 잡았다.
그래서 확률 싸움이 적용된다. 다른 상위권 경쟁 팀은 한화전 승리 확률이 더 높다. 상대 전적 기준으로 말이다. 반면 두산은 한화와의 남은 8경기에서 5할 승률 이상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타선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시즌 팀 타율(0.294) 1위를 지키고 있는 두산이지만, 한화전에서는 0.279(7위)까지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