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친스키는 지난 17일 인천 SK전에서 승리를 따내 리그에서 가장 빠르게 15승 고지를 밟았다. 이어 23일 창원 삼성전에서도 승리를 추가해 다승 2위 그룹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KT),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이상 14승)과의 격차를 2승으로 벌렸다. 2015년 에릭 해커(당시 19승) 이후 5년 만이자 구단 역사상 두 번째 다승왕에 근접했다.
대부분의 성적이 향상됐다. 지난해 17회였던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벌써 18회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탈삼진 페이스. 루친스키는 KBO리그 첫 시즌이던 지난해 삼진 119개(177⅓이닝)를 잡아냈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6명 중 탈삼진 부문 16위였다. 9이닝당 삼진은 6.04개로 19위로 더 처졌다. 박종훈(SK 6.25개), 이용찬(두산 6.19개)을 비롯한 웬만한 국내 선발보다 수치가 낮았다.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지만 삼진을 잡아내는 능력에선 아쉬움을 남겼다.
올 시즌 확 달라졌다. 23일까지 탈삼진 136개(149이닝)로 댄 스트레일리(롯데 160개)에 이은 리그 2위. 9이닝당 삼진 역시 8.21개로 2위다. 시즌 24번의 선발 등판 중 '한 경기 7탈삼진 이상' 기록한 게 무려 9경기나 된다. 지난해 딱 한 번 있었던 8탈삼진 이상 경기도 올해 벌써 일곱 번이나 달성했다. 최근 선발 등판한 3경기에서도 탈삼진이 8개→9개→8개로 많다.
최대 강점은 투구 레퍼토리이다. 시속 150km까지 나오는 포심 패스트볼에 투심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 커브, 포크볼까지 다양하게 던진다. 특정 구종을 편식하지도 않는다. 시즌 16승째를 따낸 23일 삼성전에선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의 비율이 25%:22%:29%로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포크볼 비율도 21%로 비슷했다. 타자 입장에선 어떤 공이 날아올지 예상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KBO리그 경험이 더해지니 초구 헛스윙 비율이 6.7%에서 9.9%로 크게 올랐다.
루친스키의 변화를 가장 잘 느끼는 건 그의 공을 받는 포수 양의지다. 양의지는 "제구가 더 좋아진 것 같다. 볼넷이 줄고 공격적인 피칭을 한다. 구위가 올라왔고 꾸준하다"며 "책임감이 있는 선수다. 야수들도 1선발이 나오면 경기 집중하다 보니까 그 친구가 나올 때 결과가 더 좋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탈삼진 능력을 앞세워 '승리 사냥꾼'이 됐다. 지난해 지독한 승리 불운 속 9승에 그쳤지만, 올해는 다르다.
루친스키는 "승리는 개인 성적이라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어려운 시기를 팀원들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다. 승리에 대해선 생각을 안 한다. (2위 그룹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도 모르고 있다"며 "작년과 크게 달라진 걸 느끼진 않는다. 팀에 승리를 계속 안겨주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