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올해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최악의 투구로 고개를 숙였다. 4년을 벼른 토론토의 가을 야구는 단 두 경기 만에 끝났다. 류현진의 2020년 시즌도 쓸쓸히 막을 내렸다.
류현진은 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와 벌인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시리즈(ALWC·3전 2승제) 2차전에 선발 등판해 1⅔이닝 동안 홈런 2방 등 안타 8개를 맞고 7실점(3자책점) 했다. 류현진은 2회도 넘기지 못한 채 0-7에서 마운드를 로스 스트리플링에게 넘겼다.
토론토는 탬파베이의 강속구 투수 타일러 글래스나우에게 막혀 2-8로 졌다. 이로써 아메리칸리그 8번 시드로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한 토론토는 절대 열세라는 예상을 깨지 못하고 1번 시드 탬파베이에 2연패 해 탈락했다.
류현진은 패전 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포스트시즌 통산 9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 3패, 평균자책점 4.54를 남겼다.
탬파베이 타선은 정확하게 끊어치는 스윙과 컷 패스트볼, 체인지업을 겨냥해 목표를 확실하게 세운 타격으로 무장했다. 그 탓에 류현진은 포스트시즌 최소 이닝, 최다 실점의 불명예 기록을 새로 썼다.
종전 최악의 투구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 뛰던 2018년 밀워키 브루어스와 격돌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남긴 3이닝 5실점이었다.
류현진이 빅리그 진출 이래 2회도 못 넘긴 건 정규리그를 통틀어도 이날까지 4번에 불과했다. 경기 중 갑작스러운 부상이 주된 이유였지 이날처럼 부진한 투구 때문은 아니었다.
류현진은 1회 선두 마이크 브로소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다만, 브로소가 2루로 뛰다가 좌익수 로우르데스 구리엘 주니어의 레이저 송구에 잡힌 건 전화위복이 됐다.
그러나 란디 아로사레나, 브랜던 로의 안타가 연속으로 터져 류현진은 1사 1, 3루 실점 위기에 놓였다.
4번 타자 얀디 디아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워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전날 2점 홈런을 친 마누엘 마고에게 우전 안타를 내줘 1점을 줬다.
헌터 렌프로의 평범한 타구를 잡은 유격수 보 비셋의 송구 실책으로 이닝을 끊지 못하고 2사 만루 위기에 또 직면한 류현진은 윌리 아다메스를 삼진으로 요리하고 겨우 1회를 끝냈다.
탬파베이 타선은 2회에 마침내 류현진을 녹다운시켰다. 케빈 키어마이어의 중전 안타에 이어 9번 마이크 주니노가 왼쪽 펜스를 넘어가는 투런 아치를 그려 3-0으로 점수를 벌렸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1사 후 아로사레나의 우월 2루타, 한 다리 건너 디아스의 볼넷으로 이어진 2사 1, 2루에서 비셋의 결정적인 수비 실책이 나왔다. 류현진은 마고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이번에는 비셋이 제대로 잡지 못해 타자와 주자를 모두 살려줬다.
다시 만루에서 류현진은 렌프로에게 왼쪽 폴 안쪽에 떨어지는 그랜드 슬램을 맞고 결국 수건을 던졌다.
7실점 중 류현진의 자책점은 3점이었다. 이닝이 끝나야 할 상황에서 나온 비솃의 결정적인 포구 실책이 만루 홈런으로 이어져서다. 토론토는 포수 대니 잰슨의 솔로 홈런 2방으로 2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