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국 축구 최고의 골키퍼를 꼽으라면 조현우(29·울산 현대)의 이름이 빠질 수 없다.
올 시즌을 앞두고 조현우는 대구 FC 유니폼을 벗고 울산으로 향했다. '다크호스' 대구에서 한국 정상급 골키퍼로 이름을 알린 조현우가 '우승 후보' 울산으로 온 뒤 더욱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물적 감각을 앞세운 선방쇼는 물론 수비를 조율하는 리더십과 안정감까지 업그레이드했다. 페널티킥에서도 강점을 드러냈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발'도 성장했다는 평가다. '손'은 강하지만 킥력이나 패스 등에서 떨어진다는 단점을 보완했다. 2020시즌 K리그1(1부리그)에서 골키퍼 '조현우의 시대'가 열렸다.
기록과 수치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조현우는 올 시즌 24경기를 뛰었다. 울산이 치른 모든 경기에 나선 것이다. 조현우에 대한 울산의 신뢰가 얼마나 강한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18실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실점률은 0.75. 이 놀라운 수치는 K리그1 전체 1위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무실점 경기가 10경기로 전체 1위, 연속 무실점 경기도 4경기로 역시 1위다. 조현우가 골문을 든든히 지킨 울산은 현재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우승에 가깝게 다가섰다. 조현우의 힘이 반영된 결과다. 김도훈(50) 울산 감독도 수차례 "조현우의 선방으로 인해 승리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지금 조현우는 울산의 유니폼을 잠시 벗고 A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오는 9일과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vs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K리그에서는 최고의 위용을 자랑했지만, A대표팀에서는 작아진 조현우였다. 그는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눈부신 선방 쇼를 펼치며 독일(2-0 승)을 꺾는 데 앞장섰다. 조현우는 일약 스타로 급부상했다. '조현우의 월드컵'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A대표팀에서의 이런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러시아월드컵 이후 파울루 벤투(51) 감독이 부임하자 조현우는 주전에서 밀려났다. 독보적 주전 골키퍼는 김승규(30·가시와 레이솔)였다. 벤투 감독 체제에서 김승규는 15경기에 뛰었고, 조현우는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7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이는 축구 팬들 사이에서 "왜 김승규만 쓰고 조현우에게 기회를 주지 않느냐"는 논란까지 낳았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조현우는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도약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 조현우는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기회 앞에 섰다. 울산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에 더해 A대표팀 골키퍼 독주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표팀 소집은 오직 K리거 중에서만 선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 J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라이벌 김승규는 합류하지 못했다.
이번 A대표팀에는 조현우와 함께 구성윤(26·대구), 이창근(27·상주 상무)이 선발됐다. 절정의 조현우가 단연 주전 골키퍼 1순위다. 경쟁자가 없는 상태다. 벤투 감독의 신뢰와 애정을 한몸에 받을 수 있는 시간이다. '아우'와 대결에서 형의 기량을 제대로 선보인다면 벤투 감독 마음을 흔들 수 있다. 이번 대표팀 구성이 A대표팀 골키퍼 주전 경쟁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