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9월) MVP 수상 소식을 전하자 황재균(33·KT)은 겸연쩍은 반응을 보였다. 그는 9월 출전한 26경기에서 타율 0.382(102타수 39안타)·5홈런·22타점·25득점을 기록했다. 득점 1위, 타율 3위다. 그보다 더 높은 타율, 많은 홈런과 타점을 기록한 타자는 많다. 황재균은 KBO 공식 월간 MVP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막내 구단' KT가 월간 승률 1위(0.731)를 기록하며 창단 첫 리그 2위(후반기 기준)까지 도약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타자는 황재균이다. 중요한 경기마다 결승타를 때렸다. 3연패 위기였던 9월 12일 한화전에서 선취 득점을 이끌었다. 17일 '경쟁팀' 두산과의 경기에서도 1~2회 타석 모두 타점을 올리며 3-0 승리를 이끌었다. KT가 4연승을 거둔 19일 SK전에서도 결승타를 쳤다. 29일 삼성전에서는 KT의 2위 점프를 축하하는 적시타를 쳤다.
이 기간 황재균은 득점권 타율 0.409를 기록했다. 9월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WAR·스탯티즈 기준)는 1.618. 리그 4위 기록이다. 5강 진입을 노리던 KT를 리그 2위까지 이끈 상징성까지 고려하면 월간 MVP로 손색이 없다. 일간스포츠와 조아제약이 그를 선정한 이유다.
- 주간 MVP(7월 첫째 주)에 이어 월간 MVP도 수상했다. "KT가 월간 승률 1위를 기록했다. 선수단 대표로 받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시즌) 종착점을 앞두고 있다. 현재 타격감을 마지막 경기까지 이어가고 싶다. 무엇보다 KT가 리그 2위로 시즌을 마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
- 9월에 결승타만 4개다. 클러치 능력이 돋보였다. "주자 유무에 따라 타격의 지향점이나 마음가짐이 변하는 건 아니다. 타격감이 좋지 않았을 때는 주자가 있어도 해결 능력이 부족했다. 7월 이후 좋아졌고, 앞 타순 타자들도 타점 기회를 많이 만들어줬다."
- 9월에는 2경기 연속 무안타 기록도 없다. "의미 있는 기록이다. 누구나 슬럼프가 온다. 그 기간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해야 팀 기여도를 높일 수 있다."
- 9~10월 타율이 높다. 시즌 후반에 유난히 강한 모습이다(황재균은 2016~20시즌, 9~10월 출전한 107경기에서 타율 0.350을 기록했다). "2015시즌 후반기에 매우 부진했다. 이듬해부터 페이스와 체력 관리에 더 신경 썼다. 그런 의지가 조금 반영된 게 아닐까. 가을 기록을 의식하지는 않는다."
- 올 시즌 114경기에서 142안타를 기록했다. 개인 한 시즌 최다 안타(종전 167개) 경신을 앞두고 있다. "안타는 매 시즌 150개를 목표로 삼고 있다. 5시즌 연속 150안타에 도전했던 2019년에는 실패했다. 부상 탓이었다. 개인 최다 안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연속 시즌 150안타를 이어가고 싶다. 그게 팀에 기여하는 길이다."
- 5시즌 연속 20홈런(5일 현재 17홈런)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해내면 좋겠지만 의식하지는 않는다. 개인 기록 목표는 한 가지, 시즌 100득점 돌파다. 2번 타자이기 때문에 많이 출루하고, 한 베이스라도 더 가야 한다. KT가 2위로 시즌을 마칠 수 있도록 많은 득점을 하고 싶다."
- 좋은 타격감을 잘 유지하는 비결은. "매 순간 나 자신을 살핀다. 매 타석 김강 코치님과 조중근 코치님에게 스윙 타이밍이나 옆(더그아웃)에서 보는 내 타격 자세에 관해 물어본다. 세심히 봐주는 두 코치님 덕분에 괜찮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 KT 이적 뒤 성장한 점이 있다면. "롯데 소속이었던 2016시즌까지는 난 (팀 내) 고참급이 아니었다. KT에서는 후배들을 이끄는 역할도 하고 있다. 팀 성적과 경기력 향상이 개인 성적보다 더 중요해졌다."
- 주장 유한준, 부주장 박경수에게 배운 점이 있다면. "모든 것을 배운다. 두 선배 스타일이 정말 다르다. 다양한 리더십을 보고 있다. 상황에 따라 이상적인 방식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 FA(자유계약선수) 이적 뒤 '고액 몸값' 꼬리표가 붙었다. "처음에는 부담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로 녹아드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 목표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는 것 같다."
- 리그 최고 3루수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적기다. "한 시즌을 어떻게 평가받게 될지 궁금하긴 하다. 그러나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게 중요하다. 안 다치고, 매 경기 출전하면서 두루 도움이 되는 선수 말이다. 한 가지 능력이 특출난 것보다 공격과 수비, 주루까지 두루 팀에 기여하는 5툴 플레이어로 인정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