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엔터테인먼트 문제작을 탄생시킨 문제아다. 배우 유아인이 영화 '소리도 없이(홍의정 감독)'를 통해 극장가에 파란을 일으킨다.
17일 개봉하는 '소리도 없이'는 범죄 조직의 청소부인 두 남자가 예기치 못하게 유괴범이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유아인이 유재명과 함께 주인공 두 남자를 연기한다. 영화의 제목이 곧 유아인이다. 말을 하지 않는 태인 역을 맡아 '소리도 없이' 연기한다.
범죄물의 흔한 공식을 지키지 않는 낯선 영화다. 폼 잔뜩 잡는 예술 영화도 아닌데,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혼돈을 선사한다. 태인이 왜 말을 하지 못하는지, 아니면 말을 하지 않는지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다. 궁극적으로 유괴범이 선인지 악인지에 대한 판단도 보류한다. 종국에는 유괴범에게 연민이 들게 하고, 유괴된 아이에게 거짓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인물에 대한 정보는 적고, 상황은 뒤죽박죽 섞였다. 그럼에도 정체 모를 매력이 강하다. 올해의 문제작이라는 설명이 잘 들어맞는다.
유아인 '소리도 없이'가 선사하는 혼돈 한가운데 유아인이 있다. 예상을 벗어나는 변신을 감행했다. 대사 없이도 입체적인 태인을 잘 표현한다. '소리도 없이'가 흔한 범죄 영화가 아니듯, 유아인의 연기도 또래 배우들이 보여주는 흔한 그것이 아니다. 어떤 장면에선 좋고, 어떤 장면에선 아쉬운 특정 대목을 꼽을 수도 없다. 몰라보게 살까지 찌운 그는 본디 그렇게 태어난 듯 그렇게 위태롭고 별난 서사에 스며든다. 말을 하지 않기에 특유의 보이스 컬러가 드러나지 않아 더욱 태인 같다.
대사가 적은 것도 아니고 아예 없다. 단순히 실험 정신만으로 가능한 시도는 아니었을 터다. 이에 대해 유아인은 "대사가 없는 캐릭터라고 더 과장해서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다. 시나리오 이상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한 부분은 없다. 도전이 필요한 인물을 연기하면서 '나라는 사람 자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얼마나 나를 더 유연하게 현장에 놓아둘 것인지'를 고민했다"며 "가장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은, 내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어떤 지점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담아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아인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유아인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2015년을 '유아인의 해'로 만들었다. 영화 '베테랑'과 '사도'를 연이어 성공시켰고, 각종 영화상을 싹쓸이했다. "어이가 없네?"와 같이 지금도 회자되는 유행어도 만들었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화려한 성취를 이뤘다. 이후 이창동 감독의 '버닝' 등 장르와 매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에서 여러 시도를 해왔다. 저예산 영화인 '소리도 없이'에 대사도 없이 출연한 것 또한 이러한 시도의 일환이다.
온 나라가 그에게 집중했던 그날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성장해왔다는 증거를 '소리도 없이'에 담았다. 또, 이젠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번 영화를 통해 유아인과 처음 호흡을 맞춘 유재명은 "나에겐 유아인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보단 아이콘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작업해보니 어떤 배우보다 열심히 분석하고, 자유롭게 연기하는 모습이 놀라웠다"며 "나는 20년 전부터 연극을 해서 그런지 (영화) 작업을 성스럽게 대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유아인은 즐기고, 마음껏 소통한다. 그 점이 부러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