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가 의료 현장에도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치매국가책임제’의 해답도 의료 AI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세계 최초로 치매 진단용 보조기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의료 AI 솔루션 개발 기업인 뷰노의 김현준 대표를 만나 그 가능성을 들여다봤다.
AI로 치매 조기 진단하는 사회적 시스템 견인
뷰노는 국내 1호 의료기기(뷰노메드 본에이지)와 국내 1호 혁신 의료기기(뷰노메드 펀더스AI)를 개발했다. 지난 9월 심정지 예측 소프트웨어인 뷰노메드 딥카스도 혁신 의료기기로 지정될 만큼 뷰노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의료 AI의 선두주자인 뷰노가 치매 진단 보조기기를 개발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치매는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뇌손상으로 인지기능 장애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치매가 암, 심장병, 뇌졸중과 함께 4대 주요 사인으로 꼽히고 있기에 고령화 사회가 될수록 치매 진단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김 대표는 “치매의 70%가 알츠하이머성으로 알려져 있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 80%의 진단 정확도를 보이고 있는 치매 진단용 보조기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뷰노는 2019년 7월 치매 진단을 돕는 ‘뷰노메드 딥브레인’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은 바 있다. 올해 연말 출시 예정인 기기는 한 걸음 더 들어가 치매 진단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임상을 종료했다. 만약 출시하게 되면 세계 최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1분 안에 치매인지 알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라며 “정상인의 브레인 표준데이터 평균과 비교해 뇌의 특정 영역 수치가 떨어지면 추가 검진을 하고 곧바로 치매 진단 여부를 확인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치매 치료를 위해 조기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뷰노는 치매 치료에 가장 핵심인 조기 진단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조기 진단으로 치매를 발견하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의사들이 뷰노의 치매 진단 보조기기를 활용해 치매 여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혁신적인 의료 현장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다.
‘의료계 알파고’ 뷰노넷으로 국내 1호 AI 의료기기 허가 뷰노는 ‘View the Invisible Know the Unknown’의 약어로 '기존에 보지 못한 것을 확인하고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체 개발 AI 프로그램인 ‘뷰노넷’을 통해 뷰노의 이상을 실천하고 있다. 뷰노넷은 ‘의료계 알파고’라 할 수 있다. 뷰노넷을 통해 국내 1호 의료 AI 기기인 ‘뷰노메드 본에이지’를 지난 2018년 개발했다. 골연령 판독 보조 소프트웨어다.
뷰노넷은 구글의 AI 오픈 소스와 확실한 차별화가 돋보인다. 김 대표는 “2014년 창업 당시에는 구글의 오픈소스가 없었다. 구글은 조작의 용이성이 장점이지만 부문별 최적화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며 “뷰노넷으로는 최적화 작업이 수월하다. AI 소프트웨어를 돌리려면 대게 8~9GB가 필요하다. 하지만 10GB를 감당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쓰는 병원은 많지 않다. 하지만 뷰노넷은 공급처의 쓰임새에 따라 용량이 적은 2GB로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글의 오픈소스를 이용하면 80~90%까지 비슷하게 데이터를 산출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원하는 수준은 그 이상이다. 그는 “쉽게 라면에 비유한다면 공개된 레시피대로 모두 끓일 수 있지만 맛의 차이가 있다. 비슷한 수준에서 1%를 올리는 게 정말 쉽지 않고 그 기술력의 차이가 맛집을 만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뷰노의 경쟁력은 단순히 싸인 게 아니다. 뷰노는 의료기기의 임상시험까지 하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 대표는 “국립암센터 등 3곳에서 폐암 AI 판독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폐암의 경우 조기 발견이 어려워 솔루션의 난이도가 매우 높다”며 “폐 CT AI를 통해 건강검진으로 폐암 관련 비정상 케이스를 정확도 97~98%까지 끌어올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의사·환자 도와 ‘의료 AI 글로벌 톱3’ 겨냥
의료 AI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매년 43%의 고성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국내 의료 AI 시장은 2000억~4000억원 수준이지만 세계 시장의 규모는 8조~10조원으로 커졌다.
뷰노는 삼성(기업 기준) 다음으로 의료 AI 특허를 많이 보유하는 등 국내외에서 입지를 넓혀나가고 있다. 국내외 출원 특허 100개 이상, 등록 특허만 50개 이상이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이었던 김 대표는 “삼성에서 일하면서 기술 보호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았다”고 했다.
한국은 의료 AI 발전을 위한 좋은 토양을 갖고 있어 더욱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대표는 “해외에서도 한국의 의료 AI 기술 수준이 왜 높은지 물어올 정도”라며 “한국은 수도권에 대학병원이 몰려 있어 데이터 수집이 용이하다. 이런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한 학습이 가능한 셈이다. 일본의 소니 자회사인 M3가 일본 회사가 아닌 뷰노와 계약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뷰노는 지난 6월 일본의 최대 의료정보 플랫폼인 M3와 판권 계약을 통해 일본 의료시장 진출에 신호탄을 쐈다.
뷰노는 현재 6개의 솔루션을 내놓고 있다. 유럽의 통합규격인증마크인 CE인증도 5개 받았다. 김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의료진이 부족하다. 그래서 의사를 보조해줄 수 있는 기기가 필요하다”며 “의료 AI는 보조 진단 역할을 하며 의사의 역량 강화에 도움을 줄 것이다. 전문의와 수련의 모두 의료 AI를 통해 판독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40개 이상의 해외 중대형 병원에서 뷰노의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매출이 크진 않지만 점차 늘려나가는 추세다. 올해 내 상장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15일 상장예비심사가 승인되기도 했다. 김현준 대표는 “타깃 시장은 2~3년 내 보급될 것이고, 5~10년 내 거의 모든 병원에서 의료 AI가 적용될 거라고 본다”며 “5년 안에 의료 AI 글로벌 톱3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