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박해민(삼성)은 도루 36개로 KBO리그 '대도' 자리에 올랐다. 리그 역사상 40개 미만에서 도루왕이 결정된 건 그해가 처음이자 역대 '최소'였다. 그런데 올 시즌 2018년 기록이 깨질 것으로 전망된다.
15일까지 30도루를 성공시킨 선수가 전무하다. 팀당 평균 134경기를 소화해 10경기 안팎의 잔여 경기만 남겨 놓은 상황. 도루 1위 심우준(KT)의 기록이 29개이다. 3년 연속 40개 미만에서 도루왕 타이틀이 결정될 게 확실시된다. KT의 잔여 경기(15일 기준·11경기)를 고려하면 36개를 넘어서기도 쉽지 않다.
의외일 수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도루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꽤 많았다. 지난해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 여파로 장타 생산이 확 줄어들면서 팀마다 비상이 걸렸다. 반발계수를 일정 부분 올릴지 관심이 쏠렸지만 유지하기로 결정해 홈런 한파를 경험한 각 구단이 '작전 야구'를 준비할 것으로 예상했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잘 뛰지 않는다. 올 시즌 팀 평균 133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도루 시도가 평균 117회. 2019시즌 131회였다는 걸 고려하면 도루 시도가 크게 줄었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야구를 팀마다 꺼리고 있다. A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도루로 인한 이득보다는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부상이나 체력 소모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한다. 올 시즌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리그가 기형적으로 치러지고 빡빡하다 보니 부상에 대해 더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인구 영향도 있다. KBO 발표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 공인구에는 변화가 없다. 그러나 현장에선 "생각보다 공이 잘 나간다"는 얘길 많이 한다. 비거리가 늘었다는 의미다. 실제 2019년 경기당 0.7개였던 홈런이 올 시즌 0.95개다. 무리하게 도루를 시도하는 것보다 타자에게 맡기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그만큼 도루에 대한 가치가 높지 않다. 그 결과 도루왕 타이틀 경쟁도 비교적 적은 개수에서 판가를 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