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이대헌(왼쪽)이 KCC 송창용의 수비를 막으며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사진 KBL]경기 종료 2초를 남기고 66-66 동점.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이대헌(28)이 절묘하게 내준 패스를, 에릭 탐슨이 골 밑에서 위닝샷으로 연결했다. 68-66. 경기 종료 버저가 울렸다. 코로나19 시대, 불확실성을 줄여보려는 모기업 사정으로 전자랜드는 올 시즌 직후 구단 운영을 접는다. ‘살길’을 찾아 ‘인생을 걸고’ 뛰는 선수들이 개막 후 4연승을 만들어냈다.
전자랜드는 1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0~21시즌 프로농구 홈 경기에서 전주 KCC를 68-66으로 꺾었다. 개막 이후 우승 후보 안양 KGC인삼공사와 서울 SK를 연파했고, 전날(17일) 창원 LG, 그리고 이날 KCC까지 잡았다. 2015~16, 19~20시즌 이후 개막 후 팀 최다 연승 타이기록(4연승)이다. 그리고 단독 선두다.
전자랜드 홈 코트에는 ‘All of my Life’(내 인생의 모든 것)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시즌 슬로건이다. 유도훈(53) 전자랜드 감독은 6일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새 시즌 각오를 다섯 글자로 밝혀달라는 요청에 “인생을 걸고”라고 대답했다. 올 시즌으로 끝으로 농구에서 모기업이 철수하는 데 따른 불안감, 그리고 이를 헤쳐나가겠다는 각오가 그 다섯 글자에 녹아 있었다.
전자랜드 선수단에선 강상재가 입대했고, 자유계약선수(FA) 김지완이 떠났다. 전력 보강은 없었다. 인수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는 팀 해체다. 이틀 연속 경기를 치르는 ‘백투백 경기’인데도, 전자랜드 선수들은 사력을 다했다. KCC 라건아가 발목 부상으로 빠졌다고는 해도, 강호를 상대로 축구의 ‘토털사커’(전원 공격 전원 수비)처럼 뛰었다.
종료 6초 전 KCC 송교창의 슛을 탐슨이 ‘파리채 블록슛’으로 쳐냈다. 이어진 마지막 공격에서 탐슨과 이대헌이 결승 득점을 합작했다. 포워드 이대헌(1m96㎝)은 이날 17점,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015년 프로에 데뷔한 이대헌은 2016~17시즌 평균 2.1점에 불과했다. 상무에 다녀온 뒤 몸과 정신이 모두 강해졌다. 전자랜드에서만 17년을 뛴 ‘노장’ 정영삼(36)도 12점을 기록했다. ‘회춘’이라도 한 듯 평균 득점도 2점에서 10점으로 늘었다. 전자랜드 돌풍을 이끌고 있는 유도훈 감독. [사진 KBL] 유도훈 감독은 “외국인 선수(탐슨, 헨리 심스)는 화려한 기술의 선수 대신 골 밑을 지키는 빅맨을 데려왔다. 대신 국내 선수들이 외곽포를 던진다. 솔직히 1라운드 목표는 5승이었다. 다른 팀의 경우 외국인 선수들이 자가격리를 거치면서 팀원과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 짧았다. 2라운드까지 가봐야 판도를 알 수 있다. 우리는 우리 나름의 방향성을 가지고 지키면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정영삼은 “과거에는 문태종, 서장훈 등 멤버가 워낙 좋았다. 지금은 그때만큼은 멤버가 좋지는 않다. 선수 연봉도 우리 팀이 다른 팀보다 현저히 낮다. 2연승까지는 운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4연승이라니. 후배들이 미친 것 같다. 난 농구 할 날이 많지 않은데, 후배들은 행복하게 운동했으면 좋겠다. 우리 팀 가치를 높여 (인수기업이 나타나는) 좋은 쪽으로 흘러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대헌은 “힘든 상황이지만 신경 안 쓰고 즐기며 재미있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