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초반 기획 단계만 해도 여럿 배우에게 시놉시스가 건네졌다. 경험이 많지 않은 조영민 PD와 류보리 작가의 만남이다보니 스타 캐스팅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고 눈을 낮춰 대본을 돌렸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대본을 거절한 남여 배우만 10여명. 한 드라마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배우들의 손을 거친다지만 비교적 몸값이 덜 높은 배우들에게 제일 먼저 갔음에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쉽지 않았다.
올 초 '스토브리그'로 전작의 부진에서 벗어나고 극중 프로야구 유일 여성 운영팀장을 연기한 박은빈과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에서 성장하는 돌담병원 간호사를 연기한 김민재가 최종 캐스팅됐다. 캐스팅이 됐을 당시에도 '기대되는 조합'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결국 돌고 돌다 저 배우들이 한다'는 관계자들의 냉소적인 눈빛만 가득했다. 또한 음악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접근성이 어렵다보니 대중들이 좋아할지에 대한 의문도 컸다.
그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살린 건 7할 이상이 연출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지난해 '17세의 조건'으로 류보리 작가와 호흡을 맞춘 조영민 PD는 이때부터 관계자들이 눈여겨 볼 PD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자칫 지루할 수 없는 밖에 없는 플롯을 감각적이고 세련된 연출의 힘으로 극복하고 있다. 클리셰가 아닌 매회 새로운 연출은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였다. 잔잔함과 긴장감이 공존하는 연주신이나 특히 야외 장면 등은 그동안 보지 못 했던 다양한 연출이 쏟아진다. 타 방송국으로 이적이 많았던 SBS 드라마국을 당분간 이끌 PD로 점쳐지고 있다.
류보리 작가의 이력은 상당히 눈길을 끈다. 서울대학교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그는 경영학을 복수 전공했다. 미국 뉴욕대에서 공연예술경영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세계적 예술 매니지먼트사인 IMG아티스트와 링컨센터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의 인턴을 거쳐 뉴욕 필하모닉 마케팅부와 소니뮤직 마케팅부에서 근무했다. 또한 CJ ENM에서 음악 마케팅 관련 일을 해오다 펜을 들었고 결국 드라마 작가로 업을 바꿨다. 조성진·김선욱 등을 모델로 탄생한 작품이 아니냐는 말도 많지만 어디까지나 팬들의 추측일 뿐이다. 그렇다고 아예 아닐 순 없다. 실제 조성진 관련 업무를 봤기에 어딘가 스며든 얘기는 있을 수도.
흔히 말하는 '대박작'은 아니다. 그러나 제작비로 수백억원을 쏟거나 회당 몇 억원을 받는 배우가 있는 드라마가 아니라도 꾸준히 시청률 5~6%를 유지하며 조용한 흥행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