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독일 프랑트푸르트의 한 호텔에서 신경영을 선언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 연합뉴스 25일 타계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특유의 날카롭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수많은 어록을 남겼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삼성그룹이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초석이 됐고 동시에 한국 경제와 사회를 이끄는 밑거름이 됐다.
1987년 이병철 선대 회장에 이어 삼성그룹 회장에 오른 이 회장은 당시 취임사를 통해 "미래 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을 통해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후 1993년 6월 삼성전자 임원들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소집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작심 발언으로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이날 이 회장은 “모든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한다. 모든 변화의 원점에는 나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변화의 방향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도 촉구했다. 이 회장은 “출근부 찍지 말고 없애라. 집이든 어디에서든 생각만 있으면 된다. 구태여 회사에서만 할 필요 없다”면서 “6개월 밤을 새워서 일하다가 6개월 놀아도 좋다. 논다고 평가하면 안 된다. 놀아도 제대로 놀아라”라고 말했다.
기업의 인재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2002년 6월 인재 전략 사장단 워크숍에서 “200~300년 전에는 10만~20만명이 군주와 왕족을 먹여 살렸지만 21세기는 탁월한 한 명의 천재가 10만~20만 명의 직원을 먹여 살린다"고 말했다. 이듬해 열린 사장단 간담회 후에는 "인재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며 글로벌 차원의 ‘창의적 핵심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섰다.
이 회장은 이 밖에도 "잘한 사람은 더 잘하게끔 발탁을 하고, 못하는 사람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은 다 사라질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며 삼성을 이끌었다.
고인은 정치권에 대한 따끔한 충고의 말도 서슴지 않았다. 25년 전인 1995년, 이 회장은 "정치인은 4류, 관료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