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중앙포토 25일 별세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재계의 거인인 동시에 스포츠의 별이었다. 올림픽으로 대표되는 아마추어 체육은 물론 프로 스포츠 발전에도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이건희 회장은 스스로 스포츠맨이었다. 서울사대부고 2학년 때는 레슬링 선수로 전국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럭비와 승마·골프도 즐기는 등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컸다.
경영인이 된 이후 이건희 회장은 체육지원 사업에 적극적이었다. 1978년 삼성 탁구단을 창단했고, 레슬링협회장(1982~97년)을 거쳐 대한체육회 이사를 지냈다. 이 기간이 한국 레슬링의 황금기였다. 김원기·유인탁(1984년 LA), 김영남·한명우(1988년 서울), 안한봉·박장순(1992년 바르셀로나), 심권호(1996년 애틀랜타) 등이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삼성 그룹의 성장과 함께 이건희 회장의 스포츠 지원 규모도 커졌다. 유승민(탁구), 이형택(테니스), 정지현·김현우(레슬링), 이용대(배드민턴), 문대성(태권도), 이봉주(육상) 등이 삼성 그룹 계열사 팀에서 뛰거나 후원을 받았다.
이건희 회장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2001년까지 삼성 라이온즈의 구단주를 맡았다. 그뿐 아니라 축구, 농구, 배구는 물론 e스포츠 팀도 창단했다. 프로와 아마를 합쳐 최대 13개 팀을 운영하면서 연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썼다.
국제무대에서도 거인다운 행보를 보였다. 1996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당선됐고, 1997년에는 삼성전자가 IOC의 올림픽마케팅 파트너가 됐다. 삼성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건희 회장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를 맨 앞에서 이끌었다. 올림픽 유치 경쟁이 뜨거울 때 IOC 위원이었던 그는 세계 곳곳으로 관계자들을 만나러 다니며 유치 활동을 펼쳤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부터 2011년 남아공 더반 IOC 총회까지 1년 6개월 중 170일 동안이나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6년 넘게 병상에 누워있던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 25일 잠시 눈을 떴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라이온즈가 11연승을 달린 날이었다. 당시 이승엽이 3회 홈런을 때리자 병실에 있던 가족과 관계자가 환호했다. 이때 이건희 회장도 눈을 뜨는 등 신체 반응을 보였다.
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고, 스스로 스포츠맨이었던 이건희 회장은 1984년 대한민국 체육훈장 맹호장, 1986년 대한민국 체육훈장 청룡장, 1991년 IOC 올림픽훈장을 받았고, 2017년 명예 IOC 위원으로 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