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연기해온 고아성. 이번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통해 정점을 찍었다. 이 영화는 1995년 입사 8년차,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늘 말단,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고아성은 회사의 비리를 발견하고, 파헤치고, 결국 해결하는 자영을 연기했다. 이솜, 박혜수와 손 잡고 유쾌하고 진한 여성 연대의 힘을 보여줬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속 90년대 우리 사회의 모습처럼 한국 영화계에는 여성이 '플러스 알파'로만 취급받던 때가 있었다. 남자들만 떼로 나온다고 해서 '알탕 영화'라는 웃지 못할 신조어까지 유행했다. 이러한 흐름을 바꾸려 노력하는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고, 여성 영화 그리고 여성 영화인이 당당히 주류 속에 섰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이 흐름 가운데 있다. 젊은 여성 배우 셋이 주연을 맡아도 충분히 흥행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 한번 주체적 여성이 된 고아성은 "그래서 더 '삼진토익 영어토익반'을 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여성을 연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를 통해서 서울 사투리를 구현했다. 80년대 서울 사람들이 쓰던 특유의 말투가 있다. 이번 영화에서도 똑같은 말투로 연기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다. 이종필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혹시라도 비슷하게 답습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미리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혹시라도 그런 점이 있으면 잡아주겠다고 해서 든든했다. 80년대 서울 여성이 쓰던 말투와 90년대 말투는 확연히 다르더라. 90년대 말투는 확실히 진취적이다."
-당시 사람들의 영어도 구사해야했다. "요즘 사람들 영어와 90년대 사람들 영어는 다르다. 당시 실제했던 영어 교육 영상을 봤다. 지금과 많이 다르더라. 'th' 발음이 번데기라는 걸 몰랐다."
-92년생이라 당시 기억도 나지 않을 텐데. "옛날 화장을 하고 옛날 옷을 입고 거울을 봤다. 나는 95년에 관한 기억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 모습을 보니 그 당시 이모나 일하는 여성의 단상이 기억이 나더라. 자료화면에서 본 게 아니라 진짜 기억하고 있는 그 모습이었다. 그래서 '이건 진짜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피스물에 자주 출연한다. "일을 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있다. 잘 하는 일을 수행할 때 그 사람이 갖는 뿌듯함이랄까. 그런 게 인간의 아름다운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날 때마다 책임감이 강한 역할을 주로 맡는 것 같은데, 감독님이 나에게도 그런 면을 꼽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솜과 박혜수, 세 배우가 모여 든든한 힘이 돼줬을 것 같다. "'항거'에도 든든한 배우가 있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긍정적이고 밝아졌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정말 고마웠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녹화도 재미있게 했다."
-이솜, 박혜수와 어떤 인연이 있나. "이솜은 전 회사가 같았다. '언제 같이 작품하나' 이야기했었는데, 3년 만에 만나게 됐다. 박혜수는 한 번도 본 적 없었는데, 정말 좋아했다. 'K팝스타'에 나올 때부터 본방송을 보면서 좋았다. TV로만 봐도 호기심이 생기는 사람이 있는데, 혜수가 그랬다. '스윙키즈'를 봤는데 영어 연기를 정말 쿨하게 잘 하더라. '언젠가 내가 영어 연기를 하게 된다면 저걸 토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 사람은 어떤 배우인가. "이솜은 치열하게 연기한다. 놀랍고 멋있다. 애드리브도 많이 한다. '나도 저렇게 열정적인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혜수는 내가 팬이었을 때부터 궁금해했던 지점을 이번에 같이 연기하면서 풀수 있게 됐다. 실제로 정말 쿨한 사람이다. 사람이 가진 담백함이 연기에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