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수향(30)이 MBC 수목극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이하 '내가예')를 통해 연기력을 입증했다. 정통 멜로를 소화하며 내면의 깊은 연기력을 보여준 것. 유종의 미까지 거뒀다. 최종회에서 시청률 5%로 자체 최고를 기록하며 수목극 전쟁에서 1위로 마침표를 찍었다.
임수향에게 부담감이 크게 작용한 작품이었다. 중심을 이끌면서 지수(서환)·하석진(서진)과는 각기 다른 케미스트리를 완성해야 했다. 혹독한 운명에 맞선 오예지에 빠져들었다. 끝내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었던 만큼 촘촘하게 쌓아 올린 내면의 감정을 터뜨릴 때 숨죽이며 지켜보게 했다. 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덕분에 완주에 성공했다. 극 안에 젖어들어 마지막까지 시청자를 울고 웃게 했다. 임수향은 "힘들었지만 연기할 맛이 났다"면서 '내가 가장 예뻤을 때'와 작별하고 있었다.
-이번 작품이 첫 정통 멜로였다. "90년대 노래를 엄청 좋아한다. 레트로 감성을 좋아한다. 드라마도 '불새' '가을동화' '미안하다 사랑한다' '발리에서 생긴 일' 같은 작품들을 좋아한다. 이때는 더 자극적이었고, 더 불같은 사랑을 했다. 근데 우리 드라마도 그런 감성이 느껴져서 좋았다. 요즘은 그런 드라마가 별로 없다. 그런 장르를 보며 배우라는 꿈을 꿨기에 더 좋았던 것 같다."
-혹시 개인적으로 바라던 엔딩이 있었나. "나이 들어 중년의 예지와 환이가 추억의 장소에서 서로 바라보고 있는 걸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도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서로를 못 잊고 있는 두 사람이 만나면 조금은 아름답게 보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시청자 사이에서 환이 파와 진이 파로 나뉘었다. "처음부터 이 드라마가 잘 되려면 두 남자의 상반된 매력에 시청자 반응이 엇갈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과열돼 마음 아팠지만 세대적으로 2030분들은 환이와의 사랑을, 주위 어른들이나 엄마 세대는 진이 오빠와 어떻게 되는지가 관건이었던 것 같다. 다만 가운데 있는 입장이다 보니 난감할 때가 있었다."
-실제 임수향에겐 누가 더 매력적인가. "어렸을 때 나라면 진이었을 것 같다. 여자들은 약간 나쁜 남자에게 끌리지 않나. 하지만 지금의 나라면 안정감이 있는, 내게 안정감을 주고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줄 수 있는 환이를 만날 것 같다."
-지수·하석진과의 호흡은 어땠나. "의지가 많이 됐다. 혼자 촬영할 때보다 함께 있으면 그렇게 좋았다. 감정을 같이 쌓아가고 서로 많이 고민을 한 작품이다. 누구보다 마음을 잘 이해해주고 그랬다. 석진 오빠는 노련하게 현장을 이끌어줬다. 오빠가 극 중후반부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다. 신체적인 장애가 있거나 아픔이 있는 연기에 진지하게 참여했다. 그래서 더 푸시를 받았던 것 같다. 지수는 정말로 멋있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친구가 가진 매력이 어마어마하다. 아이 같은 얼굴도 있고 섹시함도 있고 선과 악이 다 있는 친구다. 이 친구의 매력을 최대한 사람들이 알아줘야 작품이 잘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지가 인물마다 표출하는 감정선이 다 달랐다. "환이 같은 경우 소울이 통하고 영혼이 통하는 친구라 가까이에 가고 싶지만 선을 그었다. 편안한 무드가 있으면서도 경계하는 관계였다. 진이와는 부부 느낌이 나길 바랐다. 처음엔 호기심과 아슬아슬함이었다면, 나중엔 부부 같은 느낌이 나길 바랐다. 캐리 정에겐 우아하고 고상하게 대하고 싶었다. 싸워도 차분한 말투로 예지의 분위기와 무게로 누르고 싶었다. 자기 남편이니 떳떳함에서 오는 승리감 같은 걸 은연중에 표출하고 싶었다. 엄마를 초반엔 미워했지만 계속 찾아간다. 그런 예지를 보면 엄마란 가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됐던 것 같다."
-연기를 하고 나면 극 중 캐릭터에 영향을 받는 편인가. "연기할 때 임수향 화를 시키느냐와 나를 캐릭터에 맞추느냐의 선택인데 작품 할 때 일상생활에서도 약간 캐릭터화가 되는 것 같다. 작품에 따라 평소 모습이 조금씩 바뀐다. 시즌이 있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행동이나 말투, 옷 입는 것들이 조금씩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내가예'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내가 가장 예뻤을 때가 지금이라는 걸 알게 해 준 작품이다. 이전엔 과거에 살고 있거나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현재를 무시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의 현재를, 현재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줬다. 내면의 아름다움과 사랑하는 법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