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8·토트넘)이 또 터졌다. 토트넘은 27일(한국시간) 영국 번리의 터프 무어에서 펼쳐진 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 번리와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승리를 이끈 주역은 손흥민. 그는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31분 헤딩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최근 4경기 연속골(정규리그 3골·유로파리그 1골)에 성공했다. 또 시즌 10호 골(정규리그 8골·유로파리그 2골)을 작성하며 5시즌 연속 두 자릿 수 득점의 쾌거도 달성했다. EPL에서는 득점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지난 라운드까지 도미닉 칼버트-르윈(에버턴·7골)과 공동 1위였던 손흥민은 1골을 추가하며 득점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했다.
양발 다 잘 쓰는 손흥민이 머리까지 활용했다. 완벽한 공격수의 표본이다. 경기 후 손흥민은 "보통 헤딩으로 골을 넣지 않는데 운이 좋았다. 내가 있는 곳으로 공이 왔고, 그렇게 어려운 마무리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겨서 정말 기쁘다"고 웃었다.
외신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영국의 'BBC'는 손흥민에게 가장 높은 평점 8.17점을 부여했다. 영국의 '스카이스포츠' 역시 최고 점수인 8점을 주며 손흥민의 활약을 평가했다.
번리전 결승골로 프리미어리그 득점 단독 1위에 오른 손흥민. 사진=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올 시즌은 손흥민 커리어 역대 최고의 시즌이라 볼 수 있다. 더욱 의미있는 것은 '저평가 시대'가 저물었다고 확실하게 증명한 시즌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손흥민은 세계적인 활약을 펼쳤음에도 일부 저평가의 시선이 있었다. 유럽에서 동양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포함됐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이런 논란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있다. 어떤 이도 부정할 수 없는 월드클래스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기 때문이다.
먼저 세계 최고의 리그 득점 1위다. 사실 이 하나로 논란은 끝난 거다. 사우샘프턴과 2라운드에서 4골을 폭발시키며 EPL 역사상 28번째로 '4골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득점 뿐 아니라 도움과 연계 그리고 게임체인저로서 능력과 폭발력까지 모자람이 없다. 지난해 발롱도르 22위, 영국 '가디언' 선정 최고의 선수 19위 등에서 인정받았던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
최근 '스카이스포츠'는 SNS를 통해 '손흥민은 월드클래스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현지 팬들은 "100% 동의한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등으로 답했고, "멍청한 질문"이라고 표현한 팬도 존재했다. 조제 무리뉴 토트넘 감독이 가장 확실한 답을 했다. 그는 '손흥민은 월드클래스인가?'라는 질문에 "손흥민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매 시즌 가치를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다음 레벨로 가기 위해서 필요한 건 없다. 더 증명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EPL의 전설들도 거들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중 하나인 게리 네빌은 "손흥민은 정말 저평가된 선수다. 다른 선수들 만큼 평가를 받지 못했다. 손흥민은 정말 엄청난 선수, 환상적인 선수다. 상대 팀에게 악몽을 선사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전한 뒤 "라힘 스털링(맨체스터 시터), 사디오 마네, 모하메드 살라(이상 리버풀) 등의 선수들과 손흥민은 같은 수준이다. 손흥민이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에 있어도 지금과 같은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버풀의 '전설' 제이미 캐러거 역시 "만약 스털링과 마네가 떠난다면 호셉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과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의 첫 타깃은 바로 손흥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로세계에서 선수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돈과 연결된다. 최근 독일의 통계 전문 매체 '트랜스퍼마크트'는 손흥민의 몸값을 7300만 파운드(약 1071억)로 책정했다. EPL에서 14위에 해당하는 순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앞으로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토트넘 '에이스' 손흥민의 연봉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언론들은 최근 손흥민의 재계약에 관한 보도를 했다. 돈 쓰는데 인색하다는 토트넘이 손흥민에게 연봉을 두 배로 올려주겠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과 성과급을 합친 총액이 5년간 6000만 파운드(약 880억원)다. 계약이 성사된다면 토트넘의 최고 연봉자 해리 케인을 제치고 손흥민이 1위로 등극할 수 있다. 올해 안에 재계약이 완료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