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의 새 외국인 선수 노우모리 케이타(19)가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판세를 뒤흔들고 있다.
케이타는 지난달 30일 열린 도드람 2020~21 V-리그 1라운드 대한항공전에서 37득점(공격 성공률 58.62%)을 기록, KB손해보험의 세트 스코어 3-1 승리를 이끌었다. 승부처였던 3세트에만 9득점(공격 성공률 64.29%)을 쏟아냈다. 대한항공 블로커들은 높은 타점에서 때리는 케이타의 스파이크를 막지 못했다.
케이타는 데뷔전이었던 10월 23일 우리카드전에서 40점을 올린 데 이어 27일 한국전력전에서는 32득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36.3득점. 공격 성공률(56.82%)은 10월 31일 기준으로 리그 2위 기록이다. 지난 시즌 6위 KB손해보험은 케이타 영입 효과를 톡톡히 보며 3연승을 달렸다.
케이타는 지난 5월 열린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KB손해보험에 지명됐다. 그는 지난해 세르비아 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공격력을 증명한 선수다. 그러나 KB손해보험의 선택은 '모험'으로 평가됐다. 나이가 어리고, 프로 경력이 짧은 탓에 기복이 있을 것으로 우려한 것이다.
실제로 이상렬 KB손해보험 감독은 케이타의 데뷔전을 앞두고 "너무 자유분방한 스타일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전체 훈련일 중) 잘한 날이 19% 정도다. 이날(컨디션이 좋은 날)에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력과 멘탈 관리 모두 기복이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첫 3경기에서 보여준 케이타의 경기력은 나무랄 데 없었다. 지난 시즌(2019~20) 리그 수비 부문 5위에 그칠 만큼 리시브가 불안한 KB손해보험에 케이타는 꼭 필요한 공격수였다. 하이볼 처리 능력이 탁월하다. 탄력이 좋고, 체공 시간이 길어 부정확한 세트도 무리 없이 스파이크로 연결한다. 케이타도 "하이볼을 처리하는 플레이를 즐긴다"고 했다.
덕분에 KB손해보험의 공격도 루트가 다양해졌다. 국가대표 세터 황택의는 블로커와 리베로가 케이타에 집중한 틈을 놓치지 않고, 레프트 김정호를 활용했다. 김정호는 대한항공전에서 17득점(공격 성공률 62.5%)을 기록했다. 뛰어난 스코어러가 합류한 덕분에 국내 선수들의 공격력도 살아났다.
케이타의 화끈한 세리머니도 주목받고 있다. 득점에 성공할 때마다 익살맞은 표정과 제스처를 보여준다. 한 손을 쫙 편 뒤 얼굴 앞을 흔드는 모습은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케이타는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며 웃었다.
이상렬 감독은 "망아지 같은 모습을 제어할 생각이 없다. 그런 모습을 보고 뽑았다. 스스로 흥을 돋우면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며 케이타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외국인 선수 한 명이 팀 경기력과 리그 판도를 바꾼 사례는 적지 않다. 케이타가 시즌 초반 V리그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