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대형 PC MMORPG(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가 선보인다. 주인공은 ‘제작의 명가’를 지향하는 크래프톤이 개발하고 ‘퍼블리싱(유통) 명가’를 노리는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엘리온’이다. 2018년 11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이후 처음 나오는 신작 MMORPG인 만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더구나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 양사로서는 성공 여부에 따라 향후 성장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성적표에 관심이 쏠린다.
12월 다시 MMORPG 시대 열린다
카카오게임즈는 내달 10일 신작 PC 온라인 게임 ‘엘리온’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엘리온은 모바일 게임 시대를 맞아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대작급 PC MMORPG다.
PC 온라인 게임의 꽃은 시대를 앞서가는 최첨단 기술과 노하우, 마케팅 역량 등의 집합체인 MMORPG다. 하지만 엄청난 개발비와 모바일 게임 인기, 낮아진 흥행 가능성 등으로 개발하는 게임사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엘리온 출시에 게임업계는 물론이고 유저들도 반기고 있다.
엘리온은 ‘다시 MMORPG’를 기치로 내세웠다. 캐릭터 육성·전투·클랜 등 MMORPG 본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엘리온은 광활한 월드에서 수많은 사람이 경쟁하고 협력하는 PC MMORPG 본연의 재미를 줄 것이다"고 말했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도 “엘리온으로 다시 한번 PC MMORPG 전쟁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엘리온은 ‘전투’와 ‘차원 포탈’, ‘클랜’을 핵심 콘텐트로 삼았다.
전투는 스킬 커스터마이징으로 수천 가지 조합이 가능한 나만의 전투 스타일을 만들 수 있도록 구현됐고, 여기에 조작의 쾌감을 주는 논타겟팅 액션이 더해졌다.
차원 포탈은 다양한 규칙을 가진 던전 형태의 대규모 전장으로, 진영 간 대결(RvR), 이용자 간 대결(PvP), 보스 사냥과 PvP 결합 전투 등 규칙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클랜은 엘리온의 길드 단위 커뮤니티 콘텐트다. 이용자는 클랜을 결성해 진영 간 경쟁을 즐기며 명예 점수라는 보상을 획득한다. 또 포탈과 요새 운영 권한을 갖기 위해 ‘클랜전’도 주 6회 참여할 수 있다. 요새를 차지한 클랜은 차원 포털을 운영해 클랜 자금을 획득하게 되고, 해당 자금은 진영전의 강력한 무기를 얻는데 사용된다.
엘리온의 또 다른 핵심 콘텐트는 RvR 콘텐트인 진영전이다. 진영 간 힘 싸움, 드래곤 소환, 투척 무기 활용 등 다양한 전쟁 요소를 갖추고 있다. 진영전을 승리한 진영은 포탈 엘리온을 통해 서버 간 대전에 참여할 수 있다. 수백 명의 유저가 한 전장에서 펼치는 MMORPG 특유의 대규모 전투(떼쟁)를 경험할 수 있다.
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 성장성 가늠자
엘리온은 오랜만에 나오는 PC MMORPG라는 것과 함께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신작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엘리온은 ‘제작의 명가’를 부르짖는 크래프톤이 ‘테라’ ‘배틀그라운드’ 이후 처음으로 내놓는 대작급 신작이다.
배틀그라운드 성공으로 세계적인 개발자로 이름을 날린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지난 6월 대표 취임 이후 명작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제작의 명가’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위해 통합법인을 출범하고, 독립스튜디오 체제를 강화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엘리온은 이런 와중에 나오는 첫 대형 신작이라는 점에서 명작에 걸맞은 성과를 내야 한다.
더구나 크래프톤은 최근 내년에 국내 증권시장에 기업공개(IPO)를 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엘리온이 성공해야 IPO 추진에 힘을 받을 수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9월 상장 후 첫 대형 신작이라는 점에서 엘리온의 성적이 중요하다. 모회사인 카카오 덕분에 IPO 대박을 낸 게 아니라 게임 퍼블리셔(서비스사)로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엘리온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장 이후 기본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쌓이면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주가가 반등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행히도 지난달 28일 엘리온 미디어 쇼케이스 이후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흥행 관건은 이용권 성공 여부
업계는 엘리온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그동안 PC MMORPG 신작이 없었을 뿐 유저층은 아직도 존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관건은 소소하게 성공하느냐, 아니면 중박을 넘어 대박까지 칠 것인가 여부다.
대박을 위해서는 카카오게임즈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도입한 구매 후 이용(Buy to play) 모델이 유저들에게 통해야 한다.
유저가 엘리온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예약 기간인 내달 8일까지 베이직 패키지(9900원), 프리미엄 패키지(2만9700원), 스페셜 패키지(6만9300원) 등 세 가지 이용권 중 하나를 반드시 사야 한다. 이들 이용권은 금액에 따라 캐릭터사전생성, 초대권, 라이언소환수 등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한다.
이처럼 엘리온은 돈을 내야 게임 접속이 가능해 유저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이 높다.
그래도 할 사람은 한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MMORPG 유저는 게임만 괜찮다면 돈을 내고서라고 한다”며 “다만 얼마짜리 이용권을 살지가 고민거리일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엘리온을 남들보다 빠르게 즐기기 위해서는 7만원가량의 스페셜 패키지를 사야 한다”며 “유저로서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인데, 이 패키지가 많이 팔려야 엘리온이 대박까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김상구 카카오게임즈 본부장은 “이용권 구매 방식을 도입한 것은 게임 구매와 초대권 활용, PC방 접속 등 선택적 게임 환경을 제공해 쾌적한 게임 플레이와 PC MMORPG를 좋아하는 핵심 이용자의 편익을 증대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또 “엘리온은 플레이로 획득한 재화만으로도 게임을 즐기실 수 있도록 게임을 설계했다”며 “대다수의 선량한 일반 이용자들이 공정한 환경에서 순수한 게임 플레이의 재미 그 자체를 한껏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