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중형차 '쏘나타'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올해(1~10월) 현대·기아차 판매량 톱5 가운데 나 홀로 후진 기어를 넣었다. 형격인 '그랜저'가 월 1만대 이상 팔리는 동안 쏘나타는 절반 수준인 5000여 대에 그치고 있다. 급기야 '만년 서자'로 불려 온 기아차 'K5'보다도 덜 팔리는 수모를 겪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10만대 클럽 가입은커녕 7만대 판매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 모델 중 나 홀로 '후진'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1~10월 국내에서 쏘나타 5만8040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29.7% 감소한 수치다.
현대차의 다른 주력 모델과 비교하면 쏘나타의 부진은 두드러진다.
그랜저는 같은 기간 12만4736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전년 대비 56.2% 성장한 수치다. 그랜저가 월 2대 팔리는 동안 쏘나타는 1대를 간신히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아우 '아반떼'도 올해 7만1886대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3.2%나 성장했다. 쏘나타를 가뿐히 제치고 현대차 베스트셀링카 2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결국 쏘나타는 현대차의 주력 승용차 모델 가운데 나 홀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다.
한때 국민차로 불렸던 현대차 간판 모델 쏘나타의 추락은 경쟁차들의 추격과 거세진 SUV(스포츠실용차) 바람에 밀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시판 중인 쏘나타는 2019년 등장한 8세대 모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완전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이름 빼고 다 바꿨다"고 했지만, 1년 만에 위세가 크게 꺾였다.
전성기 시절 쏘나타는 한해 20만대 가까이 팔린 적도 있었다. 현재 추이라면 올해 쏘나타 판매량은 연간 목표량(7만대)에 조금 못 미치는 6만대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쏘나타의 부진은 그랜저와 아반떼 등 아래·위 세그먼트의 현대차 세단 모델들이 선전하면서 쏘나타의 포지셔닝이 애매해진 영향이 크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그먼트를 뛰어넘는 디자인적인 매력이나 가격 경쟁력 등 차별화된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중형 세단도 옛말
문제는 쏘나타의 굴욕이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대차그룹 ‘3세대 중형 플랫폼’ , 파워트레인(동력계통) 등을 공유하는 ‘형제차' K5에도 한참을 뒤지고 있다.
기아차 판매실적에 따르면 K5의 올해 누적판매량은 7만2175대다. 쏘나타보다 K5가 1만4135대 더 많이 팔렸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중형세단 왕좌도 뒤바뀔 전망이다.
특히 택시 판매를 제외하면 두 모델의 격차는 더욱 커진다. 쏘나타는 작년 3월, K5는 작년 12월 각각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영업용 택시는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일반인 고객들에게 집중하는 전략으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대신 현대·기아차는 구형 쏘나타(LF)와 구형 K5(JF) 모델을 영업용 택시로 판매하고 있다. 전체 판매량에서 구형 모델의 판매 비중이 K5는 6.3%(4548대)인 반면 쏘나타는 39.5%(1만6451대)에 달한다. 두 모델의 차이는 디자인과 가성비에서 갈렸다는 평가다.
실제 K5는 젊은 층을 공략한 스포티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쏘나타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 형제 차인데 K5의 가격은 2356만~3151만원으로 쏘나타(2386만~3367만원)보다 최저가 30만원, 최고가 200만원가량 더 저렴하다.
다만 쏘나타가 이대로 주저앉을지, 부활의 시동을 걸지는 두고 봐야 한다. 차 판매 시장에서는 '신차 효과'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내년에 쏘나타의 8세대 부분변경 신차가 출시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는 한국 중형차의 상징이자 8번이나 디자인을 바꾸며 최장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켜 온 모델"이라며 "최근 ‘신차 효과’가 희미해진 모양새지만, 당장 2021년형 모델 출시에 이어 내년 부분변경 모델이 나오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