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우완 사이드암 투수 최원준(26)이 포스트시즌에 임하는 각오다. 1년 사이 팀 내 입지가 달라졌고, 자신의 어깨에 달린 무게감을 제대로 자각하고 있다.
최원준은 올 시즌 선발투수로 도약할 발판을 만들었다. 42경기(18선발) 등판해 10승 2패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했다. 올해 8명밖에 없었던 국내 '10승 투수' 중 하나다. 승률 0.833를 기록하며 이 부문 리그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시즌 초반에는 그의 보직이 명확하지 않았다. 전환점은 6월 12일 한화전.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한 5선발 이용찬의 대체 선발로 투입돼,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이후 최원준은 불펜으로 돌아갔다. 좋은 추억과 경험 덕분에 이전보다 투구 내용이 좋아졌다.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이 왼발등 부상으로 이탈한 뒤 최원준이 본격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던질수록 이닝 소화, 완급 조절 능력이 꾸준히 향상됐다. 선발 8연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당시 최원준은 "그토록 바랐던 선발투수를 맡다 보니 좋은 느낌으로 투구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 같다"고 했다. 최원준이 준비됐을 때 동기 부여를 하고 보직을 바꾼 두산 벤치의 선택도 탁월했다.
최원준은 두산 국내 선발투수 중 가장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최원준에게 가을 야구는 아주 낯설진 않다. 지난해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 등판해 1⅓이닝 동안 실점 없이 깔끔한 투구를 했다. 최원준은 "작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솔직히 (팀 내) 비중이 크지 않아서 편안한 마음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올해는 그가 주인공이다. 시리즈 판도, 경기 흐름을 좌우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최원준은 "외국인 투수 플렉센과 라울 알칸타라가 잘 던져서 나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 같다. 긴장될 것 같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며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주축으로 나서는 포스트시즌 첫 경기는 잘 치러냈다. 4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두산이 4-0으로 앞선 7회 초, 선발투수 크리스 플렉센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나섰다.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냈다. 두산은 셋업맨 이승진 앞에 오는 계투조가 불안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최원준을 활용해 1차전 승리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면 선발투수로 나선 가능성이다. 최원준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1회 투구다. 그는 지난 8월,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첫 이닝에서 항상 고전한다. 그러나 1회를 최소 실점으로 막는다면 5~6이닝을 막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포스트시즌에서 선발 등판할 기회를 잡는다면, 그는 경기 초반 온 신경을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최원준은 선발투수로 완전히 자리 잡지 못했다. 그래서 2020년 포스트시즌은 기회다. 긴장감이 큰 경기에서도 자신의 공을 던진다면, 다음 시즌 선발진 잔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