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의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남자부 경기는 케이타의 원맨쇼였다. KB손해보험은 이 경기에서 첫 두 세트를 내준 뒤 내리 세 세트를 따내 세트스코어 3-2로 역전승했다. 개막 4연승의 KB손해보험(승점 11)은 OK금융그룹(승점10)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케이타는 이 경기에서 54득점 했다. 서브 5득점을 뺀 49점을 공격으로 뽑았다. 몸이 풀리지 않은 듯 1세트 공격 성공률 38.9%였지만, 경기 막판 성공률을 59.0%까지 끌어올렸다. 팀 전체 공격의 70% 가까이(69.2%) 책임지고도 지친 기색 하나 없었다. 케이타는 경기가 끝난 뒤 “전혀 피곤하지 않다. 이제 몸이 풀렸다”며 웃었다.
54점은 한 경기 득점 역대 2위 기록이다. 1위는 2012년 2월 당시 삼성화재에서 뛰던 가빈 슈미트(캐나다)가 기록한 58점이다. 케이타는 “1위가 되고 싶다. 기록은 언제나 깨고 싶다. 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케이타는 3일까지 득점 1위(164점), 공격 종합 2위(57.54%)에 올라있다.
KB손해보험은 5월 열린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은 망설임 없이 케이타를 지명했다. 큰 키(2m6㎝)에 뛰어난 점프력(스파이크 높이 3m73㎝)와 유연성을 겸비했다. 탄력을 살린 플레이가 일품이다. 한 발로 뛰어 공격하고, 어떤 자세에서도 정확하게 공격을 성공시킨다. 삼성화재전에서는 네트를 등진 채 뒤로 때리는 ‘노룩 비하인드 스파이크’ 묘기도 선보였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7월 한국 입국 직후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다행히 선수단과 격리된 상태였고, 증상이 없었다. 두 달간 선수단과 떨어져 혼자 몸을 만들었다. 컵대회에도 불참했다. 우려와 기대가 겹쳤는데, 개막하자마자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 이상열 감독은 “19살인 케이타가 19% 확률로 잘 할텐데, 그게 걸리면 이긴다”고 했다. 하지만 4경기 연속 케이타는 맹활약을 펼쳤다.
케이타는 흥이 넘친다. 경기장에 음악이 울리면 자연스레 춤을 춘다. 득점 후에는 다양한 흥 세리머니를 선보인다. 가장 즐기는 세리머니는 눈앞에 손바닥을 펴고 좌우로 흔드는 동작이다. WWE 레슬러 존 시나의 상징 동작인 ‘유 캔트 시 미’(you can’t see me)다. 케이타는 “시나를 좋아한다. 블로킹 위에서 때리면 이 동작을 한다”고 설명했다.
2001년생 케이타는 코트 밖에선 영락없는 청년이다. 음악과 게임을 좋아해 자가격리 기간도 어렵지 않게 버텼다. 무슬림이라 닭고기 요리를 즐기며, 채소는 거의 먹지 않는 등 편식을 한다. 동료들도 케이타를 귀여워한다. 현역 시절 ‘야생마’로 불렸던 이상열 감독은 “저런 친구는 편하게 둬야 자기 플레이를 한다. 감독이 할 일은 기를 살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KB손해보험은 2010~11시즌 이후 9년 연속으로 봄에 배구를 하지 못했다. 최하위를 한 적은 없지만, 늘 하위권을 맴돌았다. 2017년 새로 옮긴 연고지 의정부에서는 한 번도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시즌은 케이타 덕분에 KB손해보험은 우승 후보들을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케이타는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