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 칼바람이 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각 구단이 살림살이 줄이기에 들어갔다. "올 시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최근 KBO리그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방출 선수가 쏟아지고 있다. 플레이오프가 막 시작됐지만, 시즌 일정을 마친 구단들은 이미 방출 명단을 확정해 발표했다.
가장 적극적인 구단은 올해 리그 최하위에 머문 한화다. 한화는 지난달 23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선수 6명에 대한 웨이버 공시 및 육성 말소를 요청했다. 이어 지난 6일 외야수 이용규와 투수 윤규진을 비롯한 11명에 대한 재계약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두 차례 선수단 개편으로 무려 17명이 한화를 떠났다.
다른 구단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KIA는 지난달 30일 선수 10명을 방출했다. 지난 6일 SK가 11명, 7일 LG가 11명을 내보냈다. 8일에는 두산이 "선수 13명과 재계약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즌 뒤 기존 선수가 정리되는 건 예정된 수순이다. 매년 10명 안팎의 신인이 새롭게 들어오니 비슷한 인원이 팀을 떠난다. 올해는 그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예년보다 선수단 개편 강도가 더 세다.
A 구단의 단장은 "시즌 중 방출한 선수들까지 포함하면 인원이 엄청 많다. 코로나19 영향이 정말 크다. 시즌 초반에는 군 보류 선수를 포함해 110명을 보유한 팀도 일부 있었다. 한 달 전 조사했을 때 100명 넘는 팀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수도권 어느 팀은 지난해 관중 수익만 90억원을 벌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면 올해 (대부분 관중 없는 상태로 경기를 치렀으니) 최소 90억원을 손해본 것이다. 운영비용을 줄이려면 첫째가 인건비다. 한정된 예산으로 선수단 전체를 끌고 가는 게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KBO리그는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았다. 정규시즌 일정을 모두 소화했지만, 대부분이 무관중이었다. 시즌 말미 관중 일부를 받았어도 턱없이 부족했다. 올해 정규시즌 총 관중은 32만8317명(141경기)이며 관중 수입은 45억2048만3900원이었다. 지난해 관중 728만6008명(720경기), 관중 수입 858억3455만6059원을 벌어들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꽤 크다. 관중 수입이 전년 대비 5.3%밖에 되지 않는다. 관중 입장에 따른 관리 비용을 고려하면 손실이 더 크다.
B 구단 운영팀장은 "내년에도 코로나19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선수단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 관중수익이 거의 100억원 정도가 날아갔다. 이유 없이 선수를 내보내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KBO리그의 억대 연봉 선수는 161명이었다. 지난해보다 5명이 늘어 역대 세 번째로 '억대 연봉자'가 많은 시즌이었다. 신인과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512명 중 31.4%가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았다. 구단별 연봉 상위 28명의 평균 연봉은 2억3729만원이었다. 1군 선수 대부분이 억대 연봉이다.
정근우·이용규·김주찬을 비롯한 '고액 연봉 베테랑'이 각 구단에서 정리된 것도 의미하는 게 크다. C 구단 단장은 "생각보다 각 구단의 정리 폭이 크지 않은 것 같다. 이전보다 늘었지만, 예상보다는 적다"며 "경기가 안 좋은 건 분명하지만 코로나19 이슈 하나만으로 선수를 무작정 감축하는 건 아니다. 특정 구단은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그렇게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선수단 정리를 바라보는 시선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에는 한목소리를 낸다. A 구단 단장의 말이 현실적이다. 그는 "이렇게 한 번 선수단 규모를 축소하면 이후 다시 늘리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