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을 꿈꾸는 ‘골리앗’ 두산 베어스.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 경기에 나선 ‘다윗’ KT 위즈. 두 팀의 첫 가을 맞대결 승자는 ‘경험’에서 월등히 앞서는 두산이었다.
두산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KT를 3-2로 꺾었다. 2-2로 맞선 9회초 1사 3루에서 대타 김인태가 결승 우전 적시타를 쳐 값진 결승점을 뽑았다. 5전 3승제인 PO에서 1차전 승리 팀의 KS 진출 확률은 80%(30번 중 24회)다. 두산은 가을 야구 베테랑다운 뒷심을 발휘해 이 확률에 더 다가섰다.
눈부신 투수전이 펼쳐졌다. 7회까지 두 팀 다 상대 선발투수에게 꽁꽁 묶였다. 두산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은 7과 3분의 1이닝 동안 안타 3개와 볼넷 2개만 내주고 2실점으로 KT 타선을 막아냈다.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6이닝 4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에 이어 또 한 번 ‘언터쳐블’의 위력을 뽐냈다.
플렉센은 또 한 번 삼진 11개를 잡아내 포스트시즌 두 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도 기록했다.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이 1989년 10월 17일 인천 태평양 돌핀스전(PO 3차전)에서 세운 PO 한 경기 최다 탈삼진과 타이다. 최고 시속 152㎞를 찍은 플렉센의 강속구와 시속 145㎞에 달하는 고속 슬라이더에 KT 타선의 배트는 연신 헛돌았다.
KT 선발 투수 소형준도 승패와 별개로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고졸 투수가 데뷔 첫해 선발 등판한 포스트시즌 경기는 이 경기가 역대 21번째. 소형준은 역대 14번째 선수였다. KT가 플렉센에 맞서 깜짝 선발 카드로 내세운 그는 2006년의 류현진(당시 한화 이글스·현 토론토 블루제이스)을 연상케 하는 배짱투로 두산 타선을 이겨나갔다. 야수 실책을 제외하면, 6회까지 외야로 향한 타구가 두 개밖에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소형준은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다가 2사 후 주자 두 명을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불펜투수 주권이 오재원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실점을 막았다. 최종 성적은 6과 3분의 2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괴물 에이스’의 태동을 알리고, KT의 미래까지 환히 밝힌 역투였다.
양 팀은 8회 공격에서도 장군멍군을 주고받으며 팽팽하게 맞섰다. 두산이 8회 초 김재환과 허경민의 적시타로 앞서갔다. KT도 8회말 유한준의 2타점 적시타로 동점을 이뤘다. 결국 두산이 9회 초 선두 타자 김재호의 안타와 대주자 이유찬의 발, 대타 김인태의 적시타로 뽑은 1점이 이날의 승부를 갈랐다.
두 팀의 2차전은 10일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KT는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두산은 최원준을 각각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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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 완벽투구 플렉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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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플레이어 플렉센
크리스 플렉센(26·두산)이 또다시 가을 야구에서 최고 활약을 보여줬다. KT와 PO 1차전에 선발로 나와 7과 3분의 1이닝 동안 공 108개를 던졌다. 4피안타 2볼넷 2실점으로 호투했다.
올해 KT전에 두 차례 나와 1승, 평균자책점 0.90으로 활약한 KT의 ‘천적’다웠다. 시속 150㎞ 직구에 낙차 큰 커브를 결정구로 KT 타선을 묶었다. 4일 준PO 1차전에서 LG를 상대로 11개 탈삼진을 기록한 플렉센은 이날도 탈삼진 11개를 기록했다. 플렉센은 포스트시즌 최초로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했다. 플렉센은 PO 1차전 MVP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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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된 이강철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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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플레이어 쿠에바스
KT 우완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0)는 당초 PO 3차전 선발로 예상됐다. 이강철 KT 감독은 1차전에서 선발 소형준에 이어 쿠에바스를 내보내겠다고 했다. ‘깜짝’ 승부수는 악수(惡手)가 됐다.
8회 선두 타자 최주환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다. 대주자 조수행은 정수빈 희생번트 때 2루로 진루했다. 호세 페르난데스는 라인 드라이브로 잡았지만, 오재일에게 내야안타를 내줬다. 2사 주자 1, 3루 위기를 남기고 강판됐다. 이어 등판한 불펜 김재윤이 연속 적시타를 내주면서 2실점은 쿠에바스의 기록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