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프로야구 선수 계약서가 바뀔 전망이다.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KBO리그 10개 구단은 '야구선수계약서'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계약서에는 '천재지변을 비롯한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계약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이 없다. 올 시즌처럼 코로나19를 이유로 리그 축소 운영을 논의하더라도 선수 연봉을 감액할 근거가 없었던 것이다.
A 구단 단장은 "통일계약서에 단서 조항을 넣으려고 한다. 지금은 상황에 따라 연봉을 조정할 수 없다. 새 조항이 생기면 고통을 분담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올해 메이저리그(MLB)는 선수 연봉을 감액했다. 팀당 162경기가 아닌 60경기(37%)만 치르면서 선수들은 계약된 연봉의 37%만 받았다. 경기 수에 비례해 연봉이 지급된 셈이다. KBO리그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다. 지난 3월 31일 KBO 긴급 이사회에서 팀당 144경기가 아닌 108~135경기 체제로 축소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하지만 경기 수를 줄여도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연봉을 깎지 않으면 MLB처럼 할 수 없었다. 108경기로 치러도 선수 연봉은 100% 지급해야 했다.
프로야구 규약에 관심이 많은 B 변호사는 "현행 선수 계약서상 (코로나19로 인한 일정 변화로) 연봉을 감액할 근거 규정은 없다.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라 경기를 하지 못했을 때 연봉 감액을 비롯한 재협상이 가능하지만, 시즌 일정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게 아니라면 감액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KBO리그는 144경기를 모두 소화해 혼란을 피했다. 하지만 내년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다.
프로야구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정규시즌 총 720경기 중 577경기를 무관중으로 치렀다. 지난해 LG는 관중 수입이 136억5954만원이었지만, 올해는 5억8433만원에 불과하다. 전년 대비 4.3% 수준. 막내 구단 KT의 시즌 관중 수입은 2억7894만원(2019년 43억3313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 130억원을 넘겼던 두산의 관중 수입은 올해 1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대로 가면 구단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내년이 더 걱정이다. 올해는 지난해 수익으로 버텼지만, 내년 불확실성은 더 크다. 이미 몇몇 구단은 내년에도 코로나19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 선수단 살림살이를 줄이는 중이다. "운영비용을 줄이려면 첫째가 인건비"라고 얘기하는 관계자도 있다.
C 구단 운영팀장은 "(계약서 수정을) 부득이하게 할 수밖에 없다. (올해 같은 상황이라면) 프로야구를 못 한다. 수입이 없는데 어떻게 할 건가. 향후에는 (계약 변경) 조항을 넣어 진행하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전했다.
KBO 이사회는 이달 관련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분위기라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KBO 관계자는 "계약서 변경과 관련해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내용을 공유했다. 해당 사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