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40)가 영화 '이웃사촌(이환경 감독)'을 통해 약 3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오달수 이슈로 초반 화제성이 쏠리고 있는 작품이지만, 정우 역시 '이웃사촌'으로 오랜만에 관객들과 인사하는 것. 지난 2018년 개봉한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 이후 첫 컴백작이자, 현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한 후 선보이는 첫 작품으로 남다른 의미를 더한다.
이미 지나버린 3년에 대한 아쉬움만 토로하기엔 이제라도 보여질 수 있어 다행인 영화다. 단 한명도 빠짐없이, 출연한 모든 배우들의 열정이 스크린을 뚫고 나올 정도로 빛나는 만큼 그대로 창고에 묵혀 두기엔 분명 아까운 결과물이다. 특히 그 중심에서 극 전반을 이끈 정우는 또 한번 온 몸 다 내던진 열연으로 배우 정우의 진가를 확인하게 만든다.
'이웃사촌'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된 후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중 정우는 좌천 위기의 도청팀장 대권 역을 맡아 어설픈 도청팀원들과 호흡한다. 80년대 그 때 그 시절 '애국심'을 빌미로 차기 대권 주자를 호시탐탐 지켜보는 대권은 완벽주의 성격에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책임감까지 미묘한 심리적 변화를 귀신같이 표현해냈다.
매 작품 '진정성 빼면 시체'라는 반응을 얻는 정우는 '이웃사촌'에서도 더하면 더했지 전혀 덜하지 않은 연기로 몰입도를 높인다. 극의 강약조절은 물론, 성장형 캐릭터로 변화하는 인물의 기승전결을 완벽하게 완성한다. 같은 우여곡절을 겪어도 오달수가 연기한 이의식(오달수)이 영화적 인물로 스크린 안에 존재한다면, 대권은 관객들의 입장을 직접 대변하며 공감대를 자아낸다. 시대의 주인공은 킹일지언정, 영화의 주인공은 늘 킹메이커다.
또한 대권은 극을 이끌고 지배하지만 러닝타임내내 고구마를 먹이는 것도 사실. '저러고 끝인가' '언제 움직이지' 답답함에 매몰되려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빵 터지는 한 방을 날리며 분위기 쇄신과 함께 작품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캐릭터가 살아날 때 배우도 빛난다. 대권의 성장만큼 배우 정우의 성장도 담겨있는 '이웃사촌'이다. 3년 전에도 정우는 걷고 뛰고 날아다녔다.
정우는 이환경 감독과 배우들에게 모든 고마움을 돌리며 "캐릭터 자체가 감정 기복도 있고 감정신들이 많아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땐 '이 캐릭터를 내가 과연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시나리오와 캐릭터가 욕심나 결국 선택하게 됐다"며 "힘들고 외로운 순간들이 많았는데 현장에 가면 언제나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달수 선배님, 어떤 연기를 하든 다 받아주는 희원 선배님, 늘 어깨동무 하시는 병철 선배님이 계셨다"고 진심을 표했다.
또 "무엇보다 이환경 감독님에게 정말 많은 힘을 받았다"며 "심적으로 힘들어하거나 고민을 넘어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일 때면 항상 현장에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게끔 지휘해 주셨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에 이환경 감독과 오달수, 김희원, 김병철 등 배우들은 정우의 강점을 세세하게 늘어놓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정우를 재발견시킨 tvN '응답하라 1994' 이후 스크린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정우는 최근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에 이어 '이웃사촌'까지 예기치 못한 파트너 이슈를 함께 짊어져야했다. 해당 이슈들로 인해 작품 또한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정우는 또 다른 주연 배우로서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때마다 보여준 성숙하고 의연한 대처들은 정우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기 충분했다.
대외적으로는 3년의 공백기처럼 비춰지지만 '이웃사촌' 외에도 정우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김민수 감독)' '뜨거운 피(천명관 감독)' 등 개봉을 준비 중인 영화가 두 편이나 기다리고 있다. 장르물 성격이 강한 두 작품에서는 새로운 정우의 얼굴을 만날 수 있을 전망. 열일에 대한 보답이 2020년을 넘어 2021년까지 쭉쭉 이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이 구역의 미친 X' 출연을 확정짓고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촬영을 진행 중인 정우는 빼곡한 스케줄 속에서도 '이웃사촌' 홍보 전면에 나서 장외 책임감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할 계획이다. 신뢰를 부르는 배우 본연의 이미지와 이를 작품 안 팎에서 진정성 넘치게 활용하는 정우의 진심이 올 겨울 관객들을 응답하게 만들지 관심이 쏠린다.